인천 검단 경쟁률 94대 1…수도권 공공택지 관심↑
공사비 현실화 등 수익성 개선 및 규제 완화 영향
건설 경기 회복 앞서 수도권 개발 택지 선제 확보
부동산경기 침체로 한동안 건설사 관심이 저조하던 공공택지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번번이 유찰을 거듭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공급된 택지 물량은 속속 주인을 찾는 모습이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공고를 마감한 인천검단지구 공동주택용지 AB7블럭은 1순위 마감됐다. 추첨 결과 최종 경쟁률은 91대 1을 기록했다.
이 곳은 인천 서구 당하동 일원 4만1439㎡ 부지에 용적률 225%를 적용, 최고 25층, 887가구를 공급할 수 있으며 공급가액은 1672억원 규모다.
해당 택지는 앞서 지난 2021년 공모를 통해 금호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 분양시장 경색, 수익형 부동산 수요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금호건설은 2024년 말 결국 공공택지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건설 시장 침체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재공고에서 뜻밖의 흥행을 거둔 셈이다.
지난해 8월 DL이앤씨가 약 290억원 가량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손을 뗀 인천 영종하늘도시 공동주택용지 A19·A20블럭은 신일건설이 새 주인이 됐다.
신일건설은 A19블럭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공동주택 444가구와 A20블럭에 같은 규모의 공동주택 516가구 등 총 960가구의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단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2월 남양주 양정역세권 주상복합용지(M2) 역시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찰을 거듭했으나 유찰을 면치 못하자 LH는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계약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 해지에 나서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공공택지 가운데 유찰된 곳은 25필지, 공급가액 기준 1조7682억원에 달한다. LH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건설사가 해약한 공공택지 규모 역시 25필지, 2조7052억원 규모에 이른다. 어렵게 분양받았으나 업황이 불안정한 탓에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 해지에 나서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공공택지 분양시장에 건설사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단 점이 부각돼서다. 통상 공공택지는 민간택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인·허가 지연 우려가 적다.
지난해까지 공공택지 유찰이 이어지면서 일부 택지 가격이 하향 조정된 데다 건설경기 회복과 민간 건설사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사비 현실화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침체한 상황이어서 당장 수익성을 많이 낼 수 있는 사업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고려하는 것 같다”며 “수도권에서 개발할 부지를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공공택지로 눈을 돌리는 것도 크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민간이 올스톱됐고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가 공공택지에 대한 일명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도입한 ‘1사 1필지’ 제도가 오는 10월 일몰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공공택지 입찰에 나서는 움직임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도 “일반적으로 민간택지 개발사업보다 공공택지 개발이 더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단 장점이 있다”며 “당장 건설 경기가 풀리기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개발 부지 확보에 나서려는 것으로 정부가 1사 1필지 제도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공공택지 입찰에 관심을 가지는 건설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