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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판정차별 논란…오히려 전화위복?


입력 2013.03.16 09:59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두 번째 점프 롱에지 판정, 감점

국내 물론 외신들도 판정에 불만

김연아에 대한 심판진의 차별적 판정이 팬들에 의해 역풍을 맞고 있다.

‘피겨여제’ 김연아가 지난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세계피겨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김연아가 받은 69.97(기술점수 36.79점, 예술점수 33.18점)이라는 점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 등 경쟁선수들에 비해 지나치게 박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김연아는 이날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세 차례의 점프를 비롯해 스핀, 스텝 스퀀스 등에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지만, 심판들로부터 두 번째 트리플플립 점프가 롱에지라는 판정을 받으며 0.20점 감점됐다.

트리플플립은 오른발로 얼음을 찍어 점프하는 순간 왼쪽 발목을 안쪽으로 꺾어 안쪽 가장자리(인 에지)를 쓰는 점프인데, 김연아가 뛰는 순간 다른 쪽 가장자리를 사용했다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연아 측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방상아 SBS 해설위원 역시 “김연아의 에지가 다소 밖으로 밀린 감은 있었지만 롱에지로 판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고, 김연아의 코치였던 미국 유니버설 방송의 해설가 피터 오피가드도 “자신이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나중에 명백히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 판정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여러 각도에서 찍은 느린 화면이나 정지영상 등을 확인해 보면 김연아가 분명하게 인에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연아가 단독 트리플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이던 지난 2008-2009 시즌 콤비네이션 점프에 포함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과 어탠션 판정을 받은 일은 있지만 단독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

물론 콤비네이션 점프에 포함된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이 나왔을 때도 당시 김연아의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거듭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그 이후부터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은 다시 아무 문제없이 제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 점프가 롱에지 판정을 받으면서 오심 논란이 빚어졌다.

반면 아사다의 경우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다가 회전수가 부족한 채로 두 발로 착지가 이뤄진 것이 느린 화면을 통해 명확히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진은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에 감점은커녕 가산점까지 부여했다.

만약 아사다가 마지막 트리플 루프 점프를 싱글로 처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소화했다면 그의 점수는 62.10점이 아닌 김연아와 대등한 점수가 됐을 가능성이 충분했고, 순위 역시 6위가 아닌 2위 내지 3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코스트너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높은 예술점수가 문제시 됐다. 이날 코스트너의 쇼트 프로그램 점수는 66.86점으로 이 가운데 33.85점을 예술점수로 받았다. 이 같은 예술점수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받은 33.80점보다도 높은 예술점수다.

이에 대해 저명한 동계스포츠 전문 기자인 미국 <시카고트리뷴>의 필립 허시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코스트너의 스코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unjustifiable)"며 판정에 의구심을 제기했고, 이후 작성한 자신의 기사에도 "코스트너가 관대한(generous) 점수를 받은 덕분에 2위에 올랐다"고 언급, 심판의 덕을 본 결과로 평가했다.

당초 ISU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 싱글 부문을 전망했는데 우승 후보로 김연아, 아사다, 코스트너 등 세 명의 선수를 지목한 바 있다.

적어도 쇼트 프로그램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김연아는 이날 심판들로부터 상대적 차별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랐지만 다른 경쟁선수들과의 격차를 10점차 이상 벌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연아에 대한 도를 넘은 판정 차별이 내포한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 기간 중 연습시간이나 실전에서 분명 ‘2위 그룹’ 선수들과 확연한 클래스 차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다르다. 천하의 김연아라도 4분 30초에 달하는 프리 스케이팅을 매번 ‘클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김연아가 점프에서 넘어지는 등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쇼트 프로그램과 같은 차별적 상황이라면 다른 선수들에게 추월당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만약 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나 코스트너에 적용됐던 잣대로 평가를 받아 현재 점수에서 2~3점 정도만 더 높게 받았다면 이 같은 걱정거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급기야 김연아에 대한 상대적 차별 분위기는 내년 소치동계올림픽을 편파 판정 내지 오심 논란으로 얼룩지게 할 위험도 크다.

벌써부터 외신들은 김연아가 내년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분석하고 있다. 2년 가까운 공백에도 불구하고 다시 경쟁 무대에 복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따른 당연한 전망이다.

하지만 김연아에 대한 차별적 판정 행태는 분명 소치 동계올림픽을 더럽힐 수 있는 위험요소다.

현재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이번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 채점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김연아에 대한 ISU 심판진의 차별적 판정과 채점이 팬들에 의해 역풍을 맞고 있는 것.

결국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연아에게는 다행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부당하게 입었던 ‘손해’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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