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우처럼' 한화 김태균, 악바리가 되자
탈꼴지 헤매는 팀에서 커리어 로우로 실망
베테랑답게 털고 일어나 동료들 분발 이끌어내야
한화 이글스 주포 김태균(34)은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태균은 올 시즌 팀이 치른 30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275(109타수 30안타) 1홈런 14타점에 머물고 있다. 모든 공격지표에서 프로 2년차였던 2002시즌 이후 14년 만에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김태균의 성적을 향한 비판은 매년 있었다. 팀의 4번타자로서 홈런과 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하위권을 전전하는 한화의 팀 성적에 ‘최고 연봉선수’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조금만 못해도 ‘몸값을 못 한다’는 프레임에서 갇혔다. 김태균이 정말 못했다기보다는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팀 성적에 따른 상대적인 비교일 뿐, 객관적인 면에서 봤을 때 김태균의 개인성적 만큼은 분명히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상대 투수들이 한화 타자 중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선수 역시 항상 김태균이 첫손에 꼽혔다.
그런데 올해는 한화의 팀 성적이나 최고연봉자라는 타이틀은 별개로 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김태균은 매우 부진하다. 타자로서 김태균의 최대 장점은 선구안과 꾸준함이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지난 13시즌 무려 10번이나 3할 타율을 이상을 기록했고, 통산 타율도 0.319에 이른다. 홈런도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출루율(0.386)과 장타율(0.367)도 커리어 최저를 맴돌고 있으며 홈런은 고작 1개다. 각팀 주전 4번타자 중에서 김태균보다 홈런 숫자가 적은 타자는 없다. 프로 데뷔 이래 김태균은 매년 크고 작은 슬럼프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부진이 길었던 경우도 드물다.
심지어 수비에서도 김태균은 연이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화려하지는 않아도 꽤 준수한 1루 수비를 보여줬지만, 올 시즌 들어 연이어 불안한 수비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7일 kt전에서는 8-8로 맞선 5회 2사 1,2루에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막으려다가 어이없는 패대기 송구를 저지르며 실점을 헌납했다. 사실상 팽팽하던 이날 승부의 흐름을 가르는 결정적 실책이었다.
한화는 지난 주말 kt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다시 연패 수렁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한화는 벌써 40개의 실책을 저질러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노쇠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른 선수 같으면 2군으로 내려 타격감을 회복할 시간이라도 줄 법 하지만, 꼴찌로 추락한 한화의 현재 팀 사정이나 김태균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섣불리 그를 빼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사령탑 김성근 감독까지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라 기존 코칭스태프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폭은 제한되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김태균이 스스로 부담감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한화에서 부진하거나 실책을 저지른 선수는 김태균만이 아니다. 김태균과 동갑내기인 정근우 역시 시즌 초반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악착같은 집중력과 승부근성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 팀의 베테랑급 선수라면 개인의 성적 못지않게 팀 동료들을 아우르고 분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범이 되어야할 역할도 있다. 타격 컨디션은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김태균까지 무너진다면 한화의 암흑 탈출은 더욱 요원해진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고참의 악바리 근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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