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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청산' 아니라는데...'회생' 가능할까


입력 2016.09.02 12:57 수정 2016.09.02 17:29        박영국 기자

법원 회생의지 불구, 정상영업 힘들어

법정관리인 회생계획안 수용 미지수

한진해운 컨테이너선.ⓒ한진해운

법원이 지난 1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며 향후 한진해운의 회생, 혹은 청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법원은 한진해운의 회생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러모로 여건이 녹록치 않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수용한 배경에 대해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이자 세계 9위 수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 우리나라 해운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국가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법원의 의지가 회생에 긍정적이지만, 회생 혹은 청산 여부가 결정되는 단계는 아직 여러 차례 남아있다. 우선 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이 재무 상황 등을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토대로 회생이나 청산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조사보고서 제출 예정일은 내달 28일로, 여기서 회생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 가능 결정이 나오더라도 또 다른 철차가 남아있다. 법정관리인이 회생계획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회생계획이 실행되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파산 선고가 내려진다.

관리인으로 선임된 석태수 전 한진해운 대표이사는 오는 11월 25일까지 회생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이 때가 한진해운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한진해운의 청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해 해운업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우량자산’은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이다. 비주력 사업이 아닌 사실상 본업인 해상운송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전부를 매각하겠다는 것으로 ‘청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현대상선 역시 1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진해운의 일부 선박 및 우수 인력, 영업 네트워크 등 우량자산 인수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한진해운 청산 이후 조치에 대해 정부와 현대상선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과 현대상선 임원 등과 만나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회생 절차가 추진되더라도 관리인이 회생 가능성을 납득시킬만한 회생계획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채권단에서 파악한 한진해운의 내년까지 부족자금은 1조원에서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이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매각할 자산도 없고 돈을 벌어 메울 여지도 희박하다.

가뜩이나 해운 시황이 악화돼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세계 각국 항만에서 선박 압류가 잇따르고 있어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와 함께 자산을 동결하고 외국 법원의 ‘스테이 오더’(중지 명령)를 얻는 절차에 착수했으나 해외에서의 선박 압류를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파나마 등은 한국 법원과 스테이오더 체결이 맺어져 있지 않다.

한진해운의 자산 동결과 함께 신용도 동결됐다는 점도 문제다. 항만의 입출항과 하역 작업에 는 비용이 소요되는데, 항만당국과 하역업체들로서는 돈을 못 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한진해운 선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일부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이 거부됐다. 심지어는 수에즈 운하 진입까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제반 비용을 선지급하지 않으면 항만 입출항도, 운하 통과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진해운이 속했던 해운동맹 ‘CKYHE’로부터도 퇴출당해 주요 항로 운영권도 대폭 축소됐다. 새로 결성된 ‘THE 얼라이언스’로부터도 조만간 퇴출 통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해운업체의 고객인 화주(貨主)들의 대거 이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화주 입장에서 물류 차질 우려를 감수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굳이 국적선사가 아니더라도 해운시황 악화로 선복(船腹)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대신할 해운업체는 많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추가지원 거부와 그에 따른 법정관리 신청 이후부터 한진해운의 운명은 결정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회생에 긍정적인 요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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