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설비조정 ‘이미 진행 중’…타깃은 후판?
현대제철, 노후 설비 매각 및 폐쇄 … 고부가 제품 투자 적극
조선업 구조조정 후폭풍...후판 설비감축 압박 커질 듯
철강업계가 지난달 30일 정부를 통해 발표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인해 여전히 술렁이고 있다. 자발적 설비 감축에 나서라는 정부의 견해와 달리 이미 설비 조정을 진행 중인 품목이 있기 때문이다.
발표 자료에는 각 품목별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 감축과 재편 유도가 제시됐다.
이 중 철근, 형강은 내수 수준의 설비를 유지하되 불량·위조 수입재 유통방지 등 시장관리에 역점을 둬야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장기적으로 수입재와 경쟁여건 등을 고려해 설비 조정도 고려해야한다고 분석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철근의 향후 수요 감소를 예측하고 노후설비 매각 및 폐쇄를 진행한 것은 물론 고부가 제품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을 비롯한 일부 철근 제조업체들은 노후 제강·압연 설비를 폐쇄하고 매각에 나섰다. 또 코일철근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4년 11월부터 노후화된 포항공장 75톤 전기로 및 연산 61만톤 철근라인을 폐쇄하고 이듬해 매각을 완료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특수강 설비투자를 완료 및 진행 중에 있다. 또 YK스틸은 장기간 가동을 중지했던 1제강공장 설비를 지난해 매각한 바 있다.
대한제강과 동국제강 역시 기존 직선철근의 수요가 향후 침체되고 가공철근 수요가 확대될 것을 감안해 코일철근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대형압연라인 RTM(가역식 연속 압연) 및 봉강압연라인에 대한 투자도 연초에 마무리했다. 또 특수강 전용설비 구축을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포항공장에서는 120톤 제강에 특수강 연주설비와 압연라인에 정밀압연기가 추가로 설치돼 10월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철강업계는 대대적인 철근 설비 조정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은 객관적으로 봐도 건설경기 호조가 2년째 이어지면서 성수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수요 절벽을 겪고 있는 후판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번 강화방안에서 구조조정을 가장 강조한 품목은 후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후판 공급 3사의 8월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줄어든 50만톤 수준에 그쳤다. 특히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같은기간 국내 후판 판매량이 전년대비 30%가량 줄어들정도로 감소폭이 컸다.
후판업계 관계자는 “수요 침체와 함께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영향으로 공급 물량이 전면 중단된 영향이 크다”며 “수출 증대, 고부가가치 강종 위주 영업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생산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STX조선 외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후판대금 회수에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조선업계가 합병·매각·청산 등 본격적인 칼바람이 불 경우 그동안 후판을 공급해왔던 철강업체들이 거래 대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설비를 일괄적으로 감축하라는 것은 ‘선주문-후생산’ 구조와 탄력적 생산 조절 등 업계의 특수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다만 조선업계 구조조정 후폭풍으로 인해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덩달아 악화된다면 후판 설비를 감축을 주장하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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