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살만한게 별로 없다" 국내 첫 면세점의 쓸쓸한 추락
한산한 동화면세점, 국내 화장품 매장 등 일부만 활기
경영위기설 여파…중국인 관광객 어필할 제품 많지 않아
한산한 동화면세점, 국내 화장품 매장 등 일부만 활기
경영위기설 여파…중국인 관광객 어필할 제품 많지 않아
"경영위기설이 돌면서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직원들도 있어요."(동화면세점의 판매 직원)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동화면세점. 최근 경영위기설이 제기된 그대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44년 역사를 가진 국내 최초 시내 면세점이라고 믿기는 힘들었다.
동화면세점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전부 둘러보는 동안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일부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몇몇 관광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 역시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은 모습이었다. 면세점을 둘러보다 빠져나오는 관광객들 마저 대부분 빈손이었다.
롯데관광개발의 주요 계열사인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회사다. 루이뷔통을 비롯한 샤넬,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모두 유치해 이제껏 나름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신규 면세점과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최근에는 루이비통,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 등이 이탈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날 찾은 동화면세점은 명품 빅3 중 샤넬만이 유일하게 1층 매장을 지키고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마디로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형국이었다.
지하1층 명품 부티크 매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시계와 보석 등 고가명품 매장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먼 산을 바라보기도 했다.
소파에 앉아 있던 중국인 가이드 샤오린 씨는 "얼마전 롯데, 신라면세점을 다녀왔는데 그 곳은 볼 게 많았다"면서 "이 곳은 사람도 없고 쇼핑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이 위치한 3층 일부 매장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예년만큼의 활력은 없어 보였다. '라네즈', '입생로랑', '숨', '후', '설화수' 매장은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선 몇몇 관광객들이 보였다. 반면 수입 화장품, 향수 매장 등은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원은 "장사 안된지 꽤 됐다"면서 "최근 매각설이 돌면서 직원들 사기도 떨어지고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절(1월 27일~2월 2일) 특수 효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의 3대 명절인 춘절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기간 중 하나다. 북적거렸던 예전과 달리 사드 여파까지 겹치면서 중국인 관광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 박모 씨는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동화면세점의 경우 주요 명품 매장이 없어서 관광객 입장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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