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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연성 제로, 정규직화 압박…"투자·고용 기대 말아야"


입력 2017.06.01 06:00 수정 2017.06.01 06:01        박영국 기자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물량 늘어도 노동유연성 부족해 증설 못해"

현대·기아차도 생산수요 확대시 해외에 투자 집중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 전경.ⓒ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물량 늘어도 노동유연성 부족해 증설 못해"
현대·기아차도 생산수요 확대시 해외에 투자 집중


신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파견근로자의 정규직화 압박이 국내 기업들의 신규 투자·고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노동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파견근로자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다 보니 경영환경이 좋아져도 기업들이 기존 생산능력을 유지한 채 국내에서의 신규 투자와 고용을 동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생산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당분간 공장 증설과 이에 따른 신규 인력 채용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다.

국내 5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수요가 생산능력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불구, 증설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31일 QM3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수출물량이 급격히 늘면서 올해 4월까지 완성차 5사 중 르노삼성만이 유일하게 판매 증대를 기록했다”면서 “연간 생산량을 25만대 정도로 예측했는데 이보다 3만대 많은 28만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설비능력을 초과하는 수요에도 불구하고 증설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 사장은 “공장 라인을 확장하려면 사람을 더 채용해야 한다”면서 “인력채용이 정부 시책과 맞는 일이긴 하나 국내 노동환경과 수출 물량을 우리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현재 르노 브랜드의 꼴레오스(국내명 QM6), 탈리스만(국내명 SM6), 닛산 브랜드의 로그 등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글로벌 시장 수요를 파악해 르노삼성에 생산을 주문한다. 르노삼성이 자체 브랜드로 직접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탁생산 개념이다.

지금은 생산능력을 초과할 정도의 물량이 몰리고 있지만, 여기에 맞춰 생산인력을 늘렸다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측의 주문량이 줄어들면 노는 인력에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 유연성이 부족해 한 번 인력 규모를 확대해 놓으면 다시 줄이기가 어려운데다, 파견직 근로자를 통한 보완도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존 생산시설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사장은 “고용을 유연하게 끌고 갈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선 비정규직 논란이 많은 반면, 유럽은 노동시장이 유연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르노삼성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수출 물량을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의 경우도 글로벌 판매 확대에 따른 생산시설 확충을 계속해서 중국, 브라질, 인도 등 해외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내 네 번째 공장인 창저우공장 완공에 이어 올해 다섯 번째 공장인 충칭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4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와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지엠은 증설은커녕 수출 물량이 줄면서 한국 철수설과 군산공장 등 일부 공장 폐쇄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떤 업종이건 업황에 따라 생산 수요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데, 생산직 인력 수요가 많은 업종은 업황에 따른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호황이라도 섣불리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나라는 한 번 채용하면 계속해서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데, (정규직화 압박으로) 파견근로를 통한 인력 조절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호황 때 돈을 좀 덜 벌더라도 국내에서는 적정 수준의 생산시설과 인력만 유지하는 추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노동계 친화적인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면 신규 투자와 고용은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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