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어린이 사라진 햄버거 매장…업계 전체 '비상'
햄버거 대신 디저트 주문…"불안해서 햄버거 못 먹어"
판매량·배달량 감소…'햄버거병' 공포 일파만파 확산
햄버거 대신 디저트 주문…"불안해서 햄버거 못 먹어"
판매량·배달량 감소…'햄버거병' 공포 일파만파 확산
"패티를 뭐로 만드는지 알 수가 없어 더 불안하다. 아이들의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 일단 먹이는 걸 자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서울 아현동 사는 주부 최모씨)
고기 패티가 덜 익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속칭 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인 지난 10일. 서울 시내 주요 맥도날드 매장은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쏟아지는 주문량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직원들은 한가함이 어색한 듯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장 밖에는 배달 오토바이 4대가 주차돼 있었고, 배달원들도 무한 대기 상태였다.
평소 외국인, 대학생들로 북적이던 대학가 매장도 '햄버거병' 파문을 비켜가지 못했다. 1, 2층으로 이뤄져 100석 안팎인 매장은 손님 대여섯만 앉아 있었다. 그나마 손님들 앞에 놓인 음식은 햄버거 대신 감자튀김과 디저트류였고,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밀크쉐이크와 맥플러리를 주문한 30대 여성은 "'햄버거병'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기사를 접한 이후 왠지 찝찝한 기분에 햄버거를 못 먹겠다"면서 "잠시 쉬어갈 겸 매장에 들렀는데 '햄버거병' 파문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햄버거병' 파문 이후 첫 주말에 손님이 절반이상 줄었다"면서 "손님이 붐비는 피크 타임에는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웠는데, 요 며칠은 근무 시간에 1~2번 비우는 정도이고 배달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털어놨다.
극장 옆에 위치해 가족들로 붐비는 여의도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로 붐비던 매장은 손님은 커녕 매장 직원들만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어린 딸과 함께 매장을 찾은 주부 박모씨는 "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보채서 매장에 들르긴 했지만 햄버거는 사주지 않고 음료수만 사주고 돌아갈 생각이다"면서 "햄버거가 몸에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번 사건을 알게 된 후로 햄버거를 못 먹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파문으로 맥도날드를 비롯한 주요 햄버거 업체들도 '햄버거 포비아'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제 햄버거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강남의 한 수제햄버거 매장 직원은 "우리는 수제버거이기 때문에 당장 큰 타격은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단순히 일정 패스트푸드점 공포로 그치지 않고 햄버거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그나마 신선한 닭고기를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햄버거 대신 치킨을 주문하는 고객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3살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햄버거의 경우 패티가 덜 익어도 눈에 보이지 않고, 뭐가 들어갔는지도 몰라 불안하다"면서 "차라리 조리과정을 최소화 한 닭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치킨을 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맥도날드 햄버거 사건은 4살 여아 A양이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의 맥도날드에서 공복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현재 A양은 신장이 90%가까이 손상돼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고, 배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
HUS는 1980년대 미국에서 햄버거 속 덜 익은 패티를 먹고 난 후 집단 발병이 보고된 이후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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