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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대안’ 늦었지만 지금이 골든타임


입력 2017.09.02 12:04 수정 2017.09.02 12: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기성용 빠지자 90분 내내 '뻥축구'로 일관

부상 후 재활, 우즈벡전 출전도 장담 못해

기성용이 빠진 대표팀은 '뻥축구'로 일관했다. ⓒ 데일리안

짧은 패스를 활용해 공격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197cm 김신욱, 177cm 황희찬 등 누가 최전방을 책임지든 긴 패스를 활용한다. 짧게 주고받는 패스는 상대 지역이 아닌 백패스로만 이뤄진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이란을 잡았다면 문제가 없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대기록(FIFA 가맹국 중 여섯 번째)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6년 넘게 조직력을 다져온 이란은 강했고,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란 킬러로 불린 박지성의 은퇴 이후 5경기 맞대결에서 1무 4패다,

이란전 연패는 끊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 6분 만에 수적 우위(퇴장)를 점했고, 분위기도 주도했다. 6만여 관중이 자리하며 신태용호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등 유럽파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이란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신욱의 높이와 이동국의 경험도 통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성용의 공백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기성용의 대체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선수다. 일찌감치 프로 무대(FC 서울)에 등장해 이름을 알렸고, 19세의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도 데뷔했다. 일취월장하며 대표팀 중원의 핵심으로 올라섰고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에 앞장섰으며 2014 브라질 월드컵에도 중심에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잔뼈가 굵다. 지난 2009년 12월,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입단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8월에는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스완지 시티) 진출에도 성공했다. 안정적인 볼 키핑과 드리블, 탈압박 능력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리그 29경기 출전)을 보냈다.

2013-14시즌 선덜랜드(임대)로 둥지를 옮겨서는 공격적인 재능까지 폭발시켰다. EPL 무대 경험이 쌓이면서 투쟁심이 생겼고, 저돌적인 침투와 침착한 마무리 능력(3골)을 자랑했다. 스완지 시티로 돌아온 2014-15시즌에는 8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정상급 미드필더로 올라섰다.

최근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기성용은 여전히 한국 축구의 중심이다. 2015 AFC 아시안컵(호주) 준우승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증명한다. 기성용은 3선 지역에 위치해 공격의 시작을 알린다. 정확한 킥 능력을 앞세워 대표팀의 화력을 배가시킨다. 스리백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 능력도 뛰어나다.

박지성이 대표팀에 있을 때도 의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 연합뉴스

그래서일까. 대표팀은 기성용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 모든 선수가 기성용을 찾는다. 기성용을 거쳐야만 전진 패스가 가능하고, ‘뻥축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그가 수비에 도움을 보태야만, 수비진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몸이 두 개라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 ‘전설’ 박지성이 대표팀을 지휘할 때도 이 정도까지 의존하지는 않았다.

일찍이 기성용이 빠졌을 경우 혹은 휴식을 위한 대체 선수가 필요했다. ‘캡틴’의 역할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절실했다. 그러나 대안과 동료를 찾지 못했다. ‘찾을 의지가 없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박지성의 은퇴 이후 기성용만 바라보는 축구가 굳어져 왔지만,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 불안 요소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결정할 상황에서 폭발했다.

운명의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기성용의 출전은 불확실하다. 그는 부상으로 인해 소속팀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고, 재활에만 몰두했다. 경기 감각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인 만큼 무리한 투입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성용이 없는 한국 축구는 빌드업이 매끄럽지 못하고, ‘뻥축구’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란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으로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이겨내야 한다.

결국 대표팀의 활약만큼이나 운이 중요하다. 행운이 따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기성용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말이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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