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 노출한 김동연號 100일…J노믹스 주도권 '산 넘어 산'
‘김동연 패싱’ ‘정치권 엇박자’ 평가에 "내가 책임진다" 중심축 의지내비쳐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정책 등 경제 현안 앞 컨트롤타워 역할론 반신반의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김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 처리,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를 바탕으로 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수립과 함께 세제개편안, 내년도 예산안 마련 등 숨 가쁜 시간을 달려왔다.
그 가운데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 하의 내수진작 측면에서 공직자들부터 휴가를 다녀오기 등 솔선수범하라는 엄명에 공식적인 휴가도 냈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등 국내외 행사에 출장도 다녀왔다.
연일 챙겨야하는 업무로 그의 입술은 종종 부르텄고, 휴가 중에도 현장간담회를 다니고 심지어 회의를 주관하는 등 좀처럼 쉴 틈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김 부총리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김동연 패싱’, ‘정치권과 엇박자’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여전히 경제정책에 대한 결정권은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김동연 패싱’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정책을 결정할 때 김 부총리를 건너뛰고 소외시킨다는 의미로 붙여진 말이다.
실제로 새 정부 들어 가장 먼저 강한 드라이브를 건 부동산정책은 국토교통부와 청와대가 직접 주도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증세 필요성을 잇따라 주장하면서 취임 때부터 여러 차례 밝혀온 김 부총리의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는 말을 결국 뒤집게 했다.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 검토’를 또다시 들고 나왔고, 이에 김 부총리는 “보유 부동산에 대해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보유세를 올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투기 억제책으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김동연 패싱’ 논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까지 회자됐고,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남이 어떻게 평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도로 답했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듯 김 부총리는 취임 100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컨트롤타워로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경제현안점검회의, 산업경쟁력강화장관회의 등 정책결정기구를 가동해 경제정책을 치열하게 토론하되, 논의의 주도권은 기재부가 끌고 나가겠다면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거진 부동산 보유세 도입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결국 김 부총리가 여당의 보유세 인상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넘기 힘든 입법안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관점을 틀어 과세표준조정을 통한 보유세 강화방식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안 등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물론 과세 조세저항과 입법문제, 문 대통령의 의지 등이 고려돼 현실적이지 않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는 있지만, 복지재원 확보나 조세정의 차원에서 시기의 문제이지 조세체계 개편과 맞물려 언제든 재등장할 것이라는 추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 역시도 “증세문제는 굉장히 민감하다”면서도 “앞으로 보유세, 거래세 문제와의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향을 복합적으로 보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보면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해, 자칫 시기를 봐가며 보유세를 인상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신중론과 유보론이 얼핏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당정이 한목소리가 아닌 불협화음으로 펼쳐질 때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는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된다. 관련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하는 실현되는 상황에서 당정도 딴 목소리인데 야당의 비판을 어떻게 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는 이미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치열한 토론을 하되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말하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호언에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아 한계상황에 달했다는 비판도 직면한 상태다.
결국 취임 초반 ‘힘없는 부총리’로 머물러 있을 것인지, 다시 한 번 경제 주도권을 쥔 균형잡힌 경제사령탑으로 거듭날 것인지, 김 부총리의 뒷심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정권 초반 우리 경제는 부동산 정책과 증세 말고도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창출 방안, 4차 산업혁명 대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움직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국내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종교인 과세 등 차고 넘치는 현안들이 즐비하다.
당정관계에서는 확실한 논리와 설득력으로 무장하고, 내부적으로는 보다 통 큰 리더십이 요구된다. 그래야 그가 주창하는 혁신성장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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