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전대 전까지 합당논의 자제"…보수통합 '숨 고르기'
유승민 "당 지키는 게 목표"
당 최고위 "전대 전까지 통합논의 자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통합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이 내달 전당 대회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정체성에 선긋기를 하고 있고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보수 통합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가 된다면 우선 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당을 지켜내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다른 (통합) 논의들은 그 이후에 생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에 제동을 걸었다. 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보수 통합론이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최고위원들도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전까지는 합당 논의를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대당 통합과 관련해 바른정당 내 한국당 통합파든지, 국민의당 통합파든지 전당대회 전까지는 합당 논의를 자제해주길 바란다"면서 "어떤 식의 통합이든 바른정당 전체로 움직여야 시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국정감사 기간이기도 하고 공당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전당대회까지는 일체 통합과 관련한 논의도, 논의를 위한 만남도 자제해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치러 제2의 창당 각오를 하고 개혁 보수의 가치를 하는 데까지 해보고 그때 가서 국민의 평가, 심판을 받아보자"고 말했다.
권오을 최고위원도 "전당대회까지 당내 단합을 다지고 전대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최고위에서 여러 번 언급이 있었다"며 "어떤 목표, 가치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점은 내부에서 조용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특히 국민의당과 안보관과 지역의 차이 등으로 통합에 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 의원은 전날 "국민의당이 안보문제에서 그동안 오락가락을 많이 했고 우리와 생각이 다른 정책이 분명히 있다"며 "바른정당의 숫자와 세력이 작지만,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를 지켜나갈 때 국민은 새 희망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유 의원이) 그 전부터 햇볕정책이나 호남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한다는 얘기는 쭉 회자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내 자강파 인사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추진하려는)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에게는 '갈 테면 가라'고 말하고, (바른정당과 통합을 논의하자고 하는) 국민의당은 '안보관이 불분명해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면서 "독선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남 지사는 "함께 보수를 개혁하고, 그 바탕 위에 보수를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보수를 뛰어넘어 중도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통합의 큰 꿈을 시작하자"며 "그러려면 내 안에 있는 독선부터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