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선샤인 액트' 내년 시행…제약사 '윤리경영' 강화 총력
불법 영업 사전에 차단하는 한국판 '선샤인 액트법' 내년부터 시행
업계, CP 강화하고 ISO 37001 도입해 '윤리경영' 박차
제약회사의 불법 영업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한국판 '선샤인 액트법'이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제약사들은 윤리경영 시스템을 강화하며 근본적인 반부패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제약사 또는 의료기기 제조사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한 뒤 5년 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포했다. 이는 '약사법 시행규칙'과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는 복지부가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선샤인 액트(Sunshine Act)법'에 착안해 만든 것이어서 한국판 선샤인 액트법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선샤인 액트는 의사 등에게 제공된 이익을 공개하는 Open payments(사용내역 공개) 제도를 말한다.
한국판 선샤인 액트법은 국내 제약사들이 의료인이나 병원에 불법적인 의약품·의료기기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이 거듭 발생하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마련됐다. 그간 불법 영업 활동에 대해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적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선샤인 액트법은 제약사의 자정 노력을 유발하는 예방적 성격의 '사전적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약사들은 내년부터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등 제공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을 한 경우,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 작성하고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5년 간 보관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영업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업무 부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정보의 투명화와 개방화라는 사회적 요구와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시행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불법적 영업 활동으로 인한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강화하고, ISO37001(반부패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며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불법 영업이 이뤄질수록 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종근당은 2015년부터 승진시험에 CP 문제 비중을 25% 늘렸고, JW중외제약도 임직원 승진시험에 CP 관련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녹십자와 대원제약 등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CP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JW 윤리의 날'을, 일동제약은 '자율준수의 날'을 정해 윤리경영과 준법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CP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이며, ISO 37001은 국제표준화기구 ISO가 제정한 '반부패 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을 말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회사와 협력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CP를 운영하면서도 국제표준인 ISO 37001을 추가로 획득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CP는 조직에 한정해 적용되는 시스템이지만 ISO 37001은 조직과 사업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를 포함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내달부터 내년 5월 이전까지 녹십자·대웅제약·대원제약·동아ST·유한양행·일동제약·JW중외제약·한미약품·코오롱제약 등 모두 9개사가 1차적으로 ISO 37001 도입 및 인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 이전까지 총 5개 그룹으로 나뉜 51개 제약사가 순차적으로 공동 컨설팅 등을 포함한 ISO 37001 도입·인증 절차를 밟는다. ISO 인증을 받으려면 조직이 부패를 예방·감지 및 처리하는 데 일련의 조치와 통제를 이행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협회는 인증심사로 인한 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음성화된 불법 영업 활동까지 다 막기에는 CP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인식도 있었고, 글로벌 전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ISO 인증까지 받기로 했다"며 "선샤인 액트법도 실제적인 윤리경영을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관련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전산 입력 시스템을 구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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