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라 쓰고 인기투표라 부른다
KIA 선수들 우승 프리미엄 효과 톡톡히 봐
1루수 주인공 이대호의 경우 인기 덕
올해 역시 편향적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이 나왔다.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2017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황금 장갑 최다 배출 팀은 KIA였다. KIA는 양현종(투수)을 비롯해 안치홍(2루수), 김선빈(유격수), 최형우·로저 버나디나(이상 외야수) 등 총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10개 포지션 중 5개가 KIA 몫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압도적 성적을 내며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일부 포지션에서는 우승 프리미엄과 인기투표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유격수와 2루수 부문이 바로 그러하다. 유격수 황금 장갑 주인은 김선빈이었다. 김선빈은 올 시즌 수비 비중이 큰 유격수임에도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문제는 357표 중 253표를 받아갔다는 점이다. 70.9%에 이르는 점유율이다.
김선빈의 성적은 타율 0.370 5홈런 64타점 84득점 4도루다. 투표 2위에 오른 넥센 김하성은 타율 0.302 23홈런 114타점 90득점 16도루로 유격수로는 역대급 성적을 남겼다. 타율을 제외하면 전 부문 김하성의 압승이다. 하지만 김하성이 받은 표는 고작 86표로 점유율 24.1%에 그쳤다.
클래식 지표의 대표격인 타율이 투표인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2루수 포지션을 보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수상자인 KIA 안치홍은 타율 0.316 21홈런 93타점으로 장타력이 발군이었다. 6표차로 초접전을 벌인 NC 박민우는 타율 0.363 3홈런 47타점으로 김선빈과 매우 흡사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안치홍과 김선빈은 수상했고 김하성, 박민우는 외면 받았다. 우승 프리미엄과 인기 구단 소속이라는 점이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선수의 인기 또한 매년 불거지는 부분이다. 1루수 수상자 롯데 이대호는 “상을 받을지 몰랐다. 만약 기대했다면 나비넥타이를 매고 왔을 것”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대호의 기록도 뛰어났지만 올 시즌에는 한화 로사리오와 삼성 러프의 기록과 공헌이 더 뛰어났다. 그러나 이들은 매년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외면 받는 외국인 신분이었다. 급기야 기록이 가장 뛰어난 로사리오는 최근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계약하며 KBO리그를 떠나며 이대호의 무혈입성이 이뤄졌다.
우승 프리미엄과 인기 여부가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두산 김재호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김재호는 자신보다 타격이 훨씬 뛰어났던 김하성과 LG 오지환의 표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강민호는 지난 2015년 포수로는 KBO 최초로 3할, 30홈런을 동시에 이루고 단일시즌 OPS 기록까지 갈아치웠지만 우승 프리미엄에 밀려 양의지에 상을 내줬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포수 출장 횟수가 딱 1경기 모자라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겼음에도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KBO의 후보 선정 기준은 오락가락하다 올해 와서 손을 봤다.
인기로 상을 쓸어간 대표적인 선수들은 이승엽과 홍성흔이다.
이승엽은 1998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버였다. 타율 0.306 38홈런 102타점의 기록은 아름다웠지만 하필이면 같은 1루 포지션에 MVP 우즈가 있었다. 그러나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과 상 나눠주기 논란으로 번졌다.
이승엽은 2012년과 2015년에도 수상 논란에 휩싸였다. 이승엽은 2012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1루수로 80경기나 나섰고, 지명타자로는 고작 50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지명타자 후보로 이름을 올려 상을 가져갔다. 이승엽은 되고 1경기 모자란 강민호는 안 된 사례로 기억된다. 이승엽은 2015년 타율 0.332 26홈런 90타점으로 노익장을 과시, 타율 0.306 31홈런 109타점을 기록한 롯데 최준석을 제쳤다.
홍성흔 역시 최대 수혜자로 늘 손꼽히는 선수다. 홍성흔의 수상 논란은 포수로 황금장갑을 꼈던 2001년과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타율 0.267 8홈런 48타점을 기록한 홍성흔은 역대 최초 포수 20-20클럽에 가입한 박경완(타율 0.257 24홈런 81타점)을 제쳤다. 득표 수 차이는 126-121, 고작 5표 차이였다. 그해 두산은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에는 타율 0.329 14홈런 86타점으로 수상 자격이 충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타율 0.295 34홈런 79타점을 기록한 박경완은 무려 리그 홈런왕이었다. 득표 수 차이는 46표 차였다. 박경완 입장에서는 골든 글러브를 2개나 도둑맞은 셈이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