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생 사이다‧71년생 야쿠르트‧74년생 바나나우유…음료 신제품 어디?
다양한 식재료 사용하는 제과업계와 달리 과일 등 사용 가능 식재료 한정
신제품 보다는 패키지 변경이나 용량 다양화 등 통해 새로운 느낌 전달
식음료 업계에서 유독 음료분야 만큼은 신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는 여전히 사이다, 바나나우유, 야쿠르트 등 출시된 지 30~40년이 넘은 장수제품들이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워낙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다. 이는 음료뿐만 아니라 식음료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새로운 제품을 한 가지 출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른바 대박제품이 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음료 업계는 고민이 더 크다. 일각에서는 ‘신제품 가뭄 시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연구‧개발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크다. 제과업계의 경우 최근 들어 새로운 식재료를 결합해 내놓는 신제품 수가 부쩍 늘었다.
군밤, 낙지, 고추냉이, 치킨, 김 등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식재료가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엔 만두의 맛과 모양을 본 떠 내놓은 제품도 생겼다. 감자, 옥수수, 밀, 쌀 등 곡류와 채소에 한정됐던 식재료 범위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식문화로 대폭 확대되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음료업계는 대부분 과일을 베이스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마셨을 때 처음 느끼게 되는 청량감이나 목 넘김, 향 등을 고려할 때 과일이나 일부 차 종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도 관련이 있다. 과자와 다르게 음료는 익숙한 맛을 선호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 실험적인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1950년 출시돼 올해로 68살이 된 칠성사이다를 비롯해 40살이 넘어 중년이 된 바나나우유, 야쿠르트 등이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칠성사이다의 경우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에는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젊은 층 선호에 맞춰 탄산을 추가하거나 용량을 다양화하는 등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맛에 대한 충성도가 인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 문제도 신제품 출시와 연관이 있다. 종이팩이나 비닐을 포장재로 주로 사용하는 제과업계와 달리 페트나 알루미늄 캔을 주로 사용하는 음료업계는 용기 제작에 따른 비용 부담이 더 크다. 대부분 금형 틀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데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장수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어릴 때부터 접하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된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렵다. 이렇다 보니 신제품 출시보다는 기존 인기제품의 패키지를 젊은 감각으로 바꾸거나 1~2인 가구 증가에 맞춰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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