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사외이사 후보군 뒷말 무성
그룹 내 현직 사외이사들만 후보로…금감원 '옐로카드'
'기업 견제 제3의 눈' 사외이사 취지 무색 행태 지적
메리츠금융지주가 외부 추천 인사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채 사외이사 후보군을 운영해 오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회사 밖 여러 기관 등에서 제안 받은 인물들을 후보로 올리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메리츠금융은 그룹 내에서 이미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인사들만 후보로 삼아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금융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와 관련해 경영유의사항 통보를 받았다.
금감원은 메리츠금융의 사외이사 후보군이 지주사와 상장 자회사 사외이사에 한정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메리츠금융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주주 ▲계열사를 포함한 임원 ▲외부자문기관 등의 추천 경로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임원 후보자 발굴과 검증 등 후보군 관리에 관한 사항에 대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처럼 사외이사 후보군을 꾸리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메리츠금융이 다양한 추천경로를 통한 후보군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고 임추위의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한 심의도 기존 후보군 목록과 선임일, 자격요건 충족여부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등 새로운 후보군 발굴이나 기존 후보군의 검증·조정 등 업무수행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형식적 후보군마저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메리츠금융은 2016년 3월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면서 기존 후보군에 없는 인사를 후보 추천 당일에서야 부랴부랴 후보군에 편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금감원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기존 후보군에서 추천되도록 하는 등 후보군 관리와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메리츠금융에 전했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군을 꾸리고 있다는 점에서 메리츠금융의 이런 모습에는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메리츠금융처럼 비은행 계열사가 핵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우 15명의 사외이사 후보군 중 외부 자문기관 등에서 추천한 인사가 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대형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금융지주들도 메리츠금융처럼 사외이사 후보군에 외부 추천 인사가 전무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KB금융지주는 112명의 사외이사 후보들 가운데 대부분인 110명이 외부 전문기관 추천 인사였고 나머지 2명도 주주 추천 인원이었다. 이보다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신한금융지주는 182명 중 17명이, 하나금융지주는 123명 중 5명이 외부 자문기관에서 추천된 인사들이었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들로,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평소에는 자신의 본업에 종사하다 분기에 1회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외부 추천 인사를 후보군에서부터 아예 배제하는 메리츠금융의 행위는 사외이사 역할 자체를 등한시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기업 외부의 감시자를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형식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추천의 형식을 갖추더라도 사외이사가 기업의 활동에 제동을 걸기 힘든 현실"이라며 "후보 선정단계에서부터 바깥의 제안을 받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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