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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기자본에 손 놓고 있는 정부...위협에 방치되는 기업들


입력 2018.05.08 06:00 수정 2018.05.08 08:17        이홍석 기자

'삼성물산 합병'관련, IDS소송 준비 본격화하는 엘리엇

법조계, "문정부, 공격 빌미 제공"...뚜렷한 대응책 없어 기업들 우려 커져

엘리엇매니지먼 홒페이지.ⓒ엘리엇매니지먼트
'삼성물산 합병' ISD 소송 준비 본격화하는 엘리엇..."문정부, 공격빌미 제공"
법조계, "문정부, 공격 빌미 제공"...뚜렷한 대응책 없어 기업들 우려 커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해외 법률대리인 선정에 나서는 등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준비에 착수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기업을 넘어 정부까지 위협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이 ISD 소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 투기자본의 위협이 기업을 넘어 정부까지로 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SD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 제도 등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엘리엇은 현재 해외 법률대리인에 미국계 로펌 '코브레&킴(Kobre&Kim)'과 유럽계 로펌 '스리크라운(Three Crowns)'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ISD 카드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앞서 엘리엇은 지난 13일 이같은 내용의 중재의향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 규정된 ISD 전 단계로 투자자가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다.

하지만 이미 법률대리인 선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엘리엇이 정부와의 협상보다는 소송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은 조만간 대리인 선임을 마치고 ISD 제기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엘리엇 사태, 해외투기자본 대응에 손 놓았던 정부 책임"

이 때문에 법조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그동안 엘리엇 등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대응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이러한 소송 압박 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ISD의 영향력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양국 FTA 협정문에는 ‘간접수용’ 개념이 나오는데 이는 침해되는 재산권 자체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으로 경제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 뿐만 아니라 정부의 조치로 인해 투자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까지 모두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ISD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은 상황에서 이에대한 예외나 제한적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FTA 협상에서 독소조항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ISD에 대한 파급력을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정부의 판단 미스로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위협에 노출된 만큼 정부도 이에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 정부 들어 삼성물산 합병 사안을 이전 정부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사례로 판단하는 등 엘리엇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격이다.

이와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에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고 집중투표제 도입 움직임 등 기업들의 방어권 무장해제로 인한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이전 정부의 청산 작업에 나서면서 실질적으로는 자국 기업 보호보다는 해외 투기 자본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향후 재판으로 갈 경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현대자동차그룹
재계 "해외투기자본 놀이터 되서는 안돼...방어권 마련 시급"

재계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위협이 해외 투기자본 공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소버린과 칼 아이칸에 이어 엘리엇이 국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막대한 수익을 낼 경우, 이를 노리고 제 2, 제3의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물밀 듯이 유입되면서 해외 투기자본 세력들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 들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오너 견제, 소액주주 권한 확대 등 규제 정책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 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는 권성동 의원(자유한국당) 발의로 차등의결권주식과 거부권부종류주식 등 경영권방어수단 신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내달 지방선거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9월 정기국회때나 논의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제도뿐”이라며 “하지만 국회 통과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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