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금리 상승 위험 더 커졌다
금리 1% 상승 시 보험업계 자본 24조3180억 감소
1년 전보다 3000억 확대…IFRS17 겹쳐 우려 증폭
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보험사들의 재무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보험업계의 자본은 24조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1년 전에 계산했던 것보다 3000억원 이상 확대된 액수다. 이처럼 부담이 커지는 와중 안팎으로 금리 상승 기류가 본격화하면서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까지 대비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8일 각 보험사의 위험 관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의 자본은 총 24조3180억원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일한 시점에 조사 대상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본(99조3831억원)의 24.5%에 이르는 금액이다. 비록 가상 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현재 금리가 1%포인트 더 높았다면 보험업계의 자본 4분의 1은 사라질 것이란 얘기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1%포인트 상승에 따른 보험업계의 이 같은 자본 감소분은 전년 말(24조55억원) 대비 1.3%(3125억원) 늘어난 규모다.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민감도가 가장 큰 보험사는 삼성생명이었다.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삼성생명의 자본은 8조648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1년 전(7조9833억원)보다 8.3%(6654억원) 확대된 금액이다. 같은 조건에서 삼성화재의 자본은 2조5754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화재 역시 전년(2조2999억원) 대비 12.0%(2755억원) 커진 액수다.
이어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자본 감소폭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 보험사들은 DB손해보험(-1조7974억원)과 ING생명(-1조5734억원), 현대해상(-1조5546억원), 메리츠화재(1조799억원), 한화생명(-1조35억원) 등이었다. 이밖에 ABL생명(-9344억원)·푸르덴셜생명(-6653억원)·KB손해보험(-5547억원)·미래에셋생명(-5315억원) 등도 같은 상황에서 자본이 5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리 상승 시 보험사들의 자본이 줄어드는 이유는 채권에 대한 평가이익이 감소해서다. 시가 평가 대상인 보험사 매도가능채권은 금리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평가이익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평가손실에 따른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오던 저금리 기조가 깨지고 있다는데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1.75%로 동결하면서 향후 몇 개월 내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2016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0.50%에서 1.00~1.25%로 0.75%포인트 상향 조정한 상태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은 보험업계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2021년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따른 자본 확충이 바쁜 시점에서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보험사들은 기존 자본마저 깎이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금 수혈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 축소 예상치는 앞으로 예상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준비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료로 당장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시중 금리에 따른 재무 민감도가 커진 것은 사실인데다 IFRS17을 앞두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은 자산 배분 조정 등 금리 리스크 대비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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