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전세대출…커지는 부실 경고음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 53조…5개월 만에 7조 ↑
주담대 억제 풍선효과…"전셋값 하락세에 부실 우려"
주요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급증이 주택시장 침체기에 즈음해 금융권을 뒤흔들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로 올들어 5개월동안에만 8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자금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53조6888억원으로 지난해 말(45조6920억원)에 비해 7조9968억원 늘었다.
전월(52조3487억원)과 비교하면 1조3401억원 증가한 것으로 월말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이 기간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가장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11조7793억원이였던 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올 5월 말 13조8220억원으로 2조427억원 뛰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6조8676억원에서 8조5482억원로 1조6806억원 증가했고, KB국민은행도 7조3227억원에서 8조9390억원으로 1조6163억원 늘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1조4036억원, 1조2536억원어치 각각 전세자금대출을 늘렸다.
전세자금대출이 지속 증가하는 이유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돈을 빌리리가 어려워지자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세자금대출로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등 투기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집값의 40%에 묶여있으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도입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은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포함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DSR이 150~200%를 넘으면 은행 대출이 거절된다. 다만 DSR을 계산할 때 전세자금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된다.
여기에다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매매가는 0.05%, 전셋값은 0.11% 하락했다.
또한 은행들이 모바일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해 편의성을 높이고 우대금리 혜택을 확대하면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탓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세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출 부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한데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세권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월세보다 비용이 저렴한 전세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현재 여건이 지속되는 한 전세자금 대출 증가추세는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보험과 함께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될 경우 그 파급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유동성 대응능력이 취약한 일부 다주택 임대가구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총량 증가뿐 아니라 보증기관 잠재리스크 축적 측면에서 전세자금대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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