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공격 행보' 삼성화재 간병보험 독점 판매 노린다
기획 단계부터 3개월 동안 교환 근무하며 공동 작업
독점 사용권 노크…고령화 선진국 노하우 효과 주목
삼성화재가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동경해상을 벤치마킹한 고령화 상품을 내놨다. 장기 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됐을 때 한 번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존 보험들과 달리 간병이 길어질 경우 한 번 더 지원금을 준다는 점이 핵심으로 삼성화재는 이에 대한 독점 권리 확보를 노리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일본 보험사의 노하우가 국내 보험시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삼성화재가 출시한 간병보험 '새시대 간병파트너'는 기획 단계부터 동경해상과의 적극적인 정보 교환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간병보험은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오랜 기간 요양이 필요할 때 그에 따른 비용을 지원해주는 대표적인 고령화 상품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동경해상과 교환 근무를 해 가며 이번 상품의 청사진을 그렸다. 다른 보험사들도 신상품을 개발할 때 해외 상품을 참고하기는 하지만 통상 시장 조사 차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모습이란 평이다.
1879년 설립된 동경해상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손보사다. 동경해상이 핵심 계열사인 동경해상그룹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55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최대 손보사인 삼성화재가 같은 기간 기록한 22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수익 규모다.
특히 동경해상은 그 어느 국가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에서 영업을 해 온 만큼 이와 관련된 상품에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일본은 1994년 고령 사회에 진입한 뒤 12년 만인 2006년 초고령 사회가 됐다. 고령 사회와 초고령 사회는 국가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14%, 20% 이상일 때를 가리킨다. 일본은 독일(2009년)이나 프랑스(2018년), 미국(2036년) 등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고령 사회가 된 한국은 9년 뒤인 2026년에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소요 기간이 일본보다도 3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고령 고객을 상대로 한 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보험사들 사이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 내놓은 이번 간병보험에 삼성화재는 남다른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삼성화재는 손해보험협회에 이번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며 독점 판매권 확보에 나섰다.
배타적 사용권은 생명·손해보험협회가 특정 보험 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이를 받은 보험사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보장에 대해 독점적인 상품 판매 권리를 갖게 되고 다른 보험사들은 그 동안 이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삼성화재의 간병보험 신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승인 여부는 다음 달 7일 열리는 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삼성화재가 자사 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 확보에 나선 것은 2015년 이후 3년여 만의 일이다. 손보사들이 지난해에만 총 13개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며 경쟁을 벌인 것을 놓고 보면 국내 선두 보험사로서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다. 반대로 그 만큼 이번 신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에 삼성화재가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보장은 '두 번째 장기요양지원금' 특별약관이다. 이 특약은 상품 가입자에게 2회에 걸친 요양비 지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국내 보험사들이 내놓은 간병보험들은 장기요양등급 판정 시 최초 1회에 한해서만 보상금을 지급해 왔다.
해당 특약에 가입한 고객은 장기요양 1등급이나 2등급 판정으로 보험금을 받은 뒤 건강이 나아지지 않거나 악화됐다면 한 번 더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우선 장기요양 1·2등급 최초 판정일로부터 5년 후 동일한 장기요양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면 2000만원을 받게 된다. 또 이 같은 두 번째 장기요양지원금 보장 개시 시점에 장기요양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변경된 상태여도 이후 보험 기간 중 1~2등급으로 재판정 받으면 같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간병과 관련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보험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이른바 고령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시장의 노하우가 국내에서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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