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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가입 득 보다 실" 34만 보험설계사 '술렁'


입력 2018.07.03 06:00 수정 2018.07.03 06:43        부광우 기자

조만간 특수고용직 대상 고용보험 가입 허용 전망

보험 모집인들 영향 가장 커…이러나저러나 '불만'

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허용 정책을 둘러싸고 보험 설계사들이 술렁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밀어 붙이고 있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허용 정책을 둘러싸고 보험 설계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다양한 직군들 가운데 보험 설계사가 절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영업 실적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저마다의 이유로 보험 설계사들 전반의 불만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번 달 중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특수고용직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속하지만 현실적으로 근로자 성격이 강한 직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고용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이들에 대한 노동 3권 보장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이 바로 고용보험 가입부터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었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이를 논의해 왔다.

특수고용직에 속하는 대표적인 직종들로는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이 꼽힌다. 이중 숫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보험 설계사로 34만여명에 이른다. 이어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캐디가 각각 6만여명, 2만여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택배 기사와 레미콘 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이 각각 1만 대 수준이다.

결국 특수고용직과 관련된 정책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보험 설계사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보험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작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활발하게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는 보험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직종의 특성 상 고용보험 가입으로 얻게 될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보험 가입으로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은 한 회사에서 1년 근무한 뒤 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해고나 구조조정 등을 당한 비자발적 퇴직자에게만 지급되며 자발적 퇴직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런데 개인 실적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보험 설계사 시장의 영업 방식 상 영업력이 좋은 현장 보험 모집인들의 이직률은 그 어떤 직종보다 높은 편이다. 즉, 자발적 퇴사가 그 만큼 많다는 얘기다. 보험 설계사들 사이에서 그 동안 고용보험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낮았던 배경이다.

한 보험 설계사는 "업종 특성 상 보험 설계사들은 원래부터 이직이 잦았고, 특히 최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를 넘어 독립법인대리점을 중심으로 한 개별 대리점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설계사들의 이동이 더욱 빈번해졌다"며 "실업급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해가며 고용보험에 들어야 필요성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보험 설계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보험 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늘게 되고, 이에 따라 실적이 좋지 않은 설계사들부터 정리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서다. 일각에서는 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직접 고용한다면 보험사가 2조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새로 부담해야 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다른 보험 설계사는 "영업 실적이 부진한 모집인들 사이에서는 일자리 불안이 더욱 커지게 되는 셈"이라며 "안 그래도 다양한 판매 채널의 확대로 설계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 비용 부담으로 보험사들이 현장 영업 조직을 더욱 축소하는 것 아닌지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들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현실 상 최선책일 것"이라며 "특수고용직과 관련된 정책 수립 과정에서 보험업계 당사자들의 생각이 별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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