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 피한 강남 재건축 이주 시동…서울 전셋값 꿈틀
올 하반기까지 강남 재건축 1만4000가구 이주 이뤄져
조합원들 입지와 교육 고려해 강남권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 강해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오던 서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며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이달 중순부터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소폭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강남권 재건축의 영향 때문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진 단지들이 잇따라 관리처분인가를 마치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자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이주수요가 몰리다 보니 전셋값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거주 중인 수요자들이 학교 등의 문제로 수도권으로 나가는 것보다 서울 내에서 머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신도시 전셋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조정하고 있고, 올 하반기 1만 가구에 육박하는 헬리오시티 등 입주 물량으로 서울 전셋값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서울 강남권 재건축들이 본격적인 이주 채비에 들어갔다.
부동산114 조사결과 올해 이주를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1만4000여 가구로 나타났다.
실제 서초구의 경우 신반포3차와 반포경남은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달 이미 이주를 시작했다.
통상 해당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실제 이주가 시작되기까지는 약 1~2개월이 걸리는데 신반포3차·경남은 지난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바로 이주를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8월 서초구 반포우성, 9월 서초구 방배13구역와 송파구 미성·크로바, 10월 송파구 진주아파트, 12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한신4지구 등 대표적인 강남권 대형 단지들이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전셋값이 소폭 오름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만 해도 내리 하락세를 나타낸 전셋값은 지난 13일 기준 하락세를 멈췄고(0.00%), 20일 0.01% 상승, 27일 0.01% 상승하며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은 0.02% 오르기도 했다.
실제 신반포3차 인근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 전세값은 지난해 말 14원~15억원에 거래된 후 올 1분기에 12억5000만원까지 내렸으나 최근에는 13억원에 거래됐다.
잠원동아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6억원에서 한 달 사이 오른 1억원이 오른 7억1000만원 선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이사를 앞두고 입지와 교육 등을 감안해 강남 일대 전세를 찾고 있지만, 물량이 워낙 적어 대부분 서울 외곽으로 벗어나고 있다”며 “다시 인근으로 돌아오려는 수요가 많은 만큼 전셋값 상향 압박이 거센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강남권 전세값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강남 재건축 대단지는 연내 이주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전세값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서울시가 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단지별 ‘이주 시기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 전셋값은 그동안 오를만큼 올라 일부 조정이 되는 과정으로 올 하반기까지는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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