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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 수익률' 퇴직연금…차라리 로봇에 맡긴다


입력 2018.08.11 06:00 수정 2018.08.10 22:11        부광우 기자

국민연금 수익률 4분의 1 불과, 근로자 90% 이상 포트폴리오도 안바꿔

"알아서 자산 관리" 로보어드바이저 수요↑…부실한 제도 '숙제'

알아서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부실한 관련 제도부터 하루 빨리 손 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알아서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해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입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퇴직연금 자산을 조정 없이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다. 이에 따라 노후자금 관리를 로보어드바이저에 맡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실한 관련 제도부터 하루 빨리 손 봐야 한다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1.9%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올린 수익률(7.3%)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금융사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웬만한 적금 이자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의 배경으로는 가입자들의 무관심이 꼽힌다. 금융사의 노력이 미흡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가입자인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 수익률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의 90.1%는 운용 지시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근로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퇴직연금 자산의 투자 방식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욱이 퇴직연금의 91.6%가 연간 1.5% 수익을 내는데 그친 원리금보장상품에 쏠리면서 전체적인 수익률을 더욱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다 보니 안전 자산부터 위험 자산까지 자금을 고르게 분배하고 있는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별 기금운용 비중은 ▲국내 채권 46.6% ▲국내 주식 21.2% ▲해외 주식 17.4% ▲대체투자 10.8% ▲해외 채권 3.7% 등이었다.

결국 금융권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입자의 성향을 반영한 투자자문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퇴직연금에 접목해 투자자문과 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최강자는 미국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2~2017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전 세계 거래대금 가운데 절반 이상인 57%가 미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시장 붕괴현상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과거와 달리 저위험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 시점에 도입됐다. 또 이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자산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소비자들이 보다 민감해지면서 저렴한 비용을 수반하는 효율적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성장의 배경이 됐다.

미국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초창기에는 주로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에서 활용돼 왔으나, 요즘에는 퇴직연금 운용시장으로 그 영역이 확산되는 추세다.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와 제휴를 통해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를 대상으로 투자자문과 일임서비스를 온라인상으로 자동적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의 경우 아예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금융사가 로보어드바이저를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에 접목해 운용하고 있으나, 미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활용 범위와 수준은 미흡한 상태다. 이마저도 개인의 투자성향 등을 기초로 포트폴리오를 단순히 설계해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해, 사람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동적으로 연금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퇴직연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본격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제도들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은 로보어드바이저 활용에 따른 근로자 간 이해상충과 불완전판매, 알고리즘 오류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예를 들어 수탁자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투자 교육과 알고리즘 점검과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강화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권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자산관리서비스 제공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낮은 수수료와 높은 접근성 등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자칫 잘못 운용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근로자의 노후보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투자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점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과 시행령 등에 수탁자 범위를 로보어드바이저 운용기관까지 확대해 별도의 수탁자 책임 부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의 위법행위 등으로 투자손실 발생 시 손해배상의 책임주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명문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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