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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빠진 삼성물산패션,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도약


입력 2018.12.14 16:29 수정 2018.12.14 17:28        손현진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에 박철규 부사장 선임…당분간 부사장 체제

패션사업 부진에 매각설까지 '뒤숭숭'…새 리더십의 혁신안 관건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에 박철규 부사장 선임…당분간 부사장 체제
패션사업 부진에 매각설까지 '뒤숭숭'…새 리더십의 혁신안 관건


이서현 신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삼성복지재단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전 사장이 이끌어온 삼성물산 패션부문(이하 삼성물산패션)이 전문경영인 체제에 돌입한다. 수년간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번 변화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삼성물산패션은 그동안 상품총괄을 맡아온 박철규 부사장을 패션부문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서현 전 사장이 지난 6일 패션부문장을 내려놓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로써 수장 공석이 장기화될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패션은 신임 사장을 선임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부사장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조직 개편은 남성복 1·2 사업부를 하나로 합쳤을 뿐 변화의 폭은 크지 않았다.

삼성물산패션 측은 "패션부문장 공석이 장기화되면 사업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어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박철규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장은 삼성물산패션의 모태인 제일모직에 2002년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할 인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2009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 2010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4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경영에 나섰지만, 패션업계 입성 16년째인 올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번 수장 교체는 수년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사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지만 지금까지 2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연 매출은 1조7000억~1조8000억원에 머물러 정체를 보였다. 올해 3분기(1월~9월)까지 누적 매출은 1조2649억원 수준이다. 2015년과 2016년은 각각 89억원, 452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작년에는 엠비오, 빈폴키즈 등 부진한 브랜드를 정리해 326억원의 흑자를 냈다.

SPA브랜드 에잇세컨즈의 '마이페이보릿미' 캠페인 화보. ⓒ삼성물산패션

가장 아픈 손가락은 SPA(유통·제조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다. 이 전 사장은 일본 유니클로 등 해외 SPA 브랜드에 대적할 야심작을 내놓기 위해 직접 기획 단계에 뛰어들었다. 이에 '단 8초 만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담은 에잇세컨즈가 2016년 탄생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은 1800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SPA 시장 선두인 '유니클로'가 같은 기간 1조2000억원, 토종 브랜드인 '스파오'와 '탑텐'이 각각 3000억원, 2000억원대 연 매출을 낸 것에 비하면 부진한 모습이다.

론칭 첫 해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내고 '한류 마케팅'에도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2년 만에 매장을 접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패션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패션 기업들의 위기가 가중됐다. 총 3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물산패션은 타개책 마련에 주력했다. 지난 8월 빈폴아웃도어를 '빈폴스포츠'로 바꿔 스포츠 패션 수요가 높은 젊은층을 겨냥했고, 미국 러닝 브랜드 '브룩스 러닝'과 '토리 스포츠'를 잇따라 국내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 사장의 퇴진으로 삼성이 패션사업을 아예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로서 윤곽이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 주요 패션기업 관계자는 "삼성물산패션이 보유한 브랜드 중 에잇세컨즈를 제외하면 빈폴·갤럭시·구호 등 캐시카우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부실한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혁신에 나서면 오너 체제일 때보다 더 빠르게 재도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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