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과 정부 규제 강화로 국내 성장 한계, 해외 투자 증가세
CJ, 미국 물류사‧냉동식품 업체 잇따라 인수…비비고 브랜드 알리기 총력
내수부진과 정부 규제 강화로 국내 성장 한계, 해외 투자 증가세
CJ, 미국 물류사‧냉동식품 업체 잇따라 인수…비비고 브랜드 알리기 총력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메인시장에 진출하는 유통기업들이 늘고 있다. 내수부진과 더불어 각종 규제 강화로 국내에서의 성장세가 둔화된 탓이다. 우리나라와 문화와 입맛이 비슷한 중국, 일본에 이어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한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메인시장으로 통하는 미국 시장 공략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그룹의 글로벌 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이 해외 사업장에서 그룹 주요 경영진과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2012년 베트남과 중국에 이어 6년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박근희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 등 그룹 주요 경영진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2005년 여기 LA에서 글로벌 도약을 선언한 이후 13년 동안 글로벌 사업은 큰 성과없이 더디게 성장했다”며 “2019년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시기로, 절박함을 갖고 특단의 사업구조 혁신 및 실행 전략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CJ그룹은 올해에만 미국에 기반을 둔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냉동식품회사 슈완스를 인수하는 등 미주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DSC 로지스틱스는 미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갖춘 식품과 소비재 특화 물류 기업이다.
CJ그룹은 그동안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진출 시 현지 물류회사를 인수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왔다.
CJ제일제당이나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등 그룹 주력인 식품 및 프랜차이즈 사업에 물류 인프라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DSC로지스틱스 인수도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올 상반기까지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는 CJ미국지역본부 마케팅팀장(상무)을 맡아왔다. 이 상무는 지난 7월 출범한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남편인 정종환 상무는 CJ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미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1위로 매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미국 LA와 뉴저지 등에 총 5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비비고 만두에 이어 다양한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선보이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냉동식품업체 카히키(Kahiki)에 이어 최근 미국 대형 냉동식품기업 슈완스(Schwan’s) 인수를 통해 냉동식품 생산기지를 22곳으로 늘리는 등 미국 내 식품 생산 유통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처음 시작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더 CJ컵 나인브릿지' 개최를 통해 미국 시장에 비비고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도 이마트를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7일 미국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 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결정했다. 이마트가 해외기업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수금액은 2억7500만 달러다. 굿푸드 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LA,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지역에 총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8월 LA에 프리미엄 그로서란트 매장인 'PK마켓(가칭)'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매장은 내년 하반기 개점을 목표로 오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 서부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국 시장을 서두르고 있는 두 기업은 내수 부진과 규제 강화로 국내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CJ는 뚜레쥬르를 비롯해 계절밥상, 빕스 등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신세계는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및 유통산업발전법의 영향으로 신규 개점은 어려운 상황이다.
규제 강화와 함께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도 유통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진출 초기에는 현지 한인 마켓 위주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최근 BTS 등 한국 아이돌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유통업체 입점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글로벌 메인시장으로 불리는 만큼 규모가 거대하지만 진출 업체도 많아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며 "그만큼 한국이라는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고 기업들도 많은 노하우가 쌓이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보면 내수시장에서는 더욱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실상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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