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지점에 경영유의 조치…"관련 위험평가 강화해야"
자금세탁방지실로 승격 후 첫 결과물에 은행들 촉각
하노이지점에 경영유의 조치…"관련 위험평가 강화해야"
자금세탁방지실로 승격 후 첫 결과물에 은행들 촉각
금융감독원이 IBK기업은행 해외 점포의 자금세탁 방지 체계에서 허술한 점을 발견하고 보강을 지시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의 자금세탁 부실 점검을 강화하기로 한 이후 이뤄진 첫 본격 대외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에도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른 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 베트남 하노이지점에 대한 현장 검사 결과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금감원으로부터 해당 조치를 받은 금융사는 3개월 이내에 문제가 된 내용들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해당 조치도 부적정하다고 판단 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체크리스트에 국가 위험과 고객유형별 세부평가 방법은 반영돼 있지만, 상품 및 서비스 관련 위험에 대한 세부 평가 방법은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아 고객의 자금세탁 위험이 적절하게 평가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자금세탁 방지 업무와 연계된 내규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봤다. 지점 내규에 자금세탁 방지 업무의 독립적 감사주체를 본점 감사부서로 규정하고 있지만, 감사주기나 방법 및 결과 보고 등과 관련된 세부 기준을 규정하지 않고 있는 점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금감원은 독립적 감사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점 자금세탁 방지 감사수행에 세부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고객의 금융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경우 합당한 근거가 있는 지를 베트남 중앙은행에 보고해야 하는데, 지점 내규에 이를 기록한 자료의 보존과 관리 절차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에 의심스러운 거래 여부를 검토할 때는 그 사유를 전산시스템이나 서면으로 문서화 해 관리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를 명확히 운영하라고 전했다.
이번 제재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금감원이 자금세탁 방지 점검 강화를 천명한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현장 점검 결과라는데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감독총괄국 아래에 있던 자금세탁 방지 부서를 자금세탁방지실로 격상하고 관련 모니터링 수위를 높여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기업은행 하노이지점에 대한 제재는 자금세탁방지실이 꾸려진 이후 이뤄진 첫 현장 점검에 따른 것으로, 자체 평가 지표 등을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했다"며 "현재까지는 해당 지점만 검사한 상태로, 앞으로도 해외 현지 당국과의 조율을 통해 이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국제기구인 FATF의 평가 대상이 되면서 금융당국이 움직임도 한층 분주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2월까지 FATF의 상호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는 이른바 특금법으로 불리는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도 시행된다. 특금법에 따르면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금지 의무를 어긴 금융사는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특히 국내 여러 금융권 중에서도 은행은 자금세탁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 등의 점검 압박에 은행들이 유독 긴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가 FATF 평가 사전 대비 차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실태 점검에서 은행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은 '중간 높음'으로 판단됐다. 이는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험사와 상호금융, 여신전문사의 위험도는 은행보다 낮은 '중간'으로 평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 금융권의 경우 은행의 비중이 워낙 크고 여수신·외환 등 업무 분야도 방대하다는 점에서 자금세탁 관련 이슈가 집중될 공산이 크다"며 "특별히 국내 은행의 리스크가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다른 보안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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