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처로 고립된 육지 위의 섬’
AR 통일전망대로 자전거 탄 북한 주민 보여
“군인 동행 없이는 밭에 물도 주러 못갔는데…”
원격으로 농작물 관리하고 자동으로 급수까지
대도시 못지않은 교육환경…주변 학교에 입소문도
‘분단의 상처로 고립된 육지 위의 섬’
AR 통일전망대로 자전거 탄 북한 주민 보여
“군인 동행 없이는 밭에 물도 주러 못갔는데…”
원격으로 농작물 관리하고 자동으로 급수까지
대도시 못지않은 교육환경…주변 학교에 입소문도
‘분단의 상처로 고립된 육지 위의 섬’으로 불리는 마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마을은 육로 한 곳을 제외하곤 온통 북한에 둘러싸여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어서 그 흔한 식당 하나조차 없다. 그래서 이곳은 무(無)의 마을로도 불린다. 가게나 학원은 물론 보건소, 중·고등학교, 마트나 편의점, 이발소나 미용실도 없다. 네비게이션조차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먹통이 된다.
KT는 27일 이 마을을 ‘DMZ 대성동 5G 빌리지’로 탈바꿈하고 기자들에게 마을 전체에 적용된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소개했다.
◆총 인구 197명 46세대 아담한 마을
서울 광화문에서 새벽같이 출발해 한참을 달리자 차로 1시간 30분여만에 통일대교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통일부나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검문소 초병은 버스를 멈춰 세우고 직접 버스에 올라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했다.
통일대교를 건너 마주한 6월의 DMZ는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도로에 양 옆으로 세워져 있는 전신주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만들어낸 조형물을 찾기 힘든 ‘오지’였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를 담당하는 유엔사 경비대대(JSA경비대대) 버스로 갈아타고 조금 더 들어가자 한 작은 마을이 보였다. 군사분계선과 단 400m 떨어진 이 마을은 인구 총 197명 46세대로 무척 아담하다.
외부인이 방문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돼 있다. 오후 6시 전에는 나가야 하고 7시부터는 군인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혹시 외부인이 있는지 체크한다. 주민이 이곳을 벗어나 외박을 할 때도 미리 신고해야 하고 최소 8개월 이상 거주해야 주민 자격을 얻는다.
마을회관에 도착해 가장 먼저 3층 옥상에 조성된 증강현실(AR) 통일전망대부터 살펴봤다.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북한의 실시간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활용도가 놀라운 수준이었다. 과거 전망대라고 하면 뿌옇게 흐려 잘 보이지 않는 쌍안경을 그나마도 500원을 넣어야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은 완전히 달랐다.
AR 통일전망대는 북한군 초소·평화철도·개성공단·DMZ·판문점·백두산 등의 모습을 36배까지 확대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화질은 4K(800만 화소)다. 실제로 북한군 초소를 확대해 보초를 서고 있는 북한군의 모습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달리는 북한 주민의 모습도 보였다.
스크린을 통해 지근거리에 있는 북한 기정동마을에 큰형님을 두고도 분단으로 만나지 못하는 한 주민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큰형님이 살아 계신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저 옆 마을에 있으려니 하고 살았어…”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AR전망대가 형의 생사조차 알 수 없어 슬퍼하는 주민과 앞으로 마을을 찾을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층으로 내려오자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니 사랑방’이 꾸며져 있었다. TV 두 대를 중심으로 바닥에 몇 개의 요가 매트가 깔려 있고 운동기구와 가상현실(VR) 기기도 있었다. 여기서 주민들은 ‘기가지니 홈트레이닝’을 보면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할 수 있다.
식당도 없는 마을에 마땅한 운동시설이 있었을 리 만무한데, 이 장소가 생기면서 특히 마을 부녀회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화투도 치고 담소도 나누면서 이름처럼 사랑방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1층에는 사물인터넷 기반 ‘5G 사물인터넷(IoT) 통합관제실’이 구축돼 있었다. 관제실에서는 가정에 설치된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 에너지 관리솔루션 ‘기가 에너지 매니저’, ‘에어맵 코리아’ 공기질 측정기, ‘노지 스마트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이 마을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는데, 비상벨 기능과 방송 기능을 갖춘 스마트 LED로 몸에 이상이 생기는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 유용할 듯 했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이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특히 노지 스마트팜은 밭에 물을 주러 갈 때조차 혼자서 다니지 못하고 군인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하는 마을 주민들과 군인 모두의 번거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통금’이 있기도 한데, 원격 제어 기술로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는 등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다.
노지 스마트팜은 2㎞ 떨어져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논에 공급하는 공동양수장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관정시스템도 구축했다.
마을회관에서 나와 대성동초등학교로 향하는 길, 600평 규모의 실제 노지 스마트팜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틀 전 심었다는 장단콩이 한 뼘 자라 있었는데, 그 위로 스프링클러가 돌아갔다. 스프링클러는 토양 상태를 확인해 자동으로 물과 영양분을 조절해 공급한다.
조금 더 걸어 대성동초등학교에 도착했는데, 창문이 벽돌로 모두 막혀 있었다. 혹시 모를 군사적 대치 상황에 대비한 조치라고 했다. 예전 건물에는 벽에 총알이 박혀있기도 했다니 이렇게라도 해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에어맵 코리아’였다.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대기 질 측정 결과가 나타나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가 되면 실내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고, 야외활동을 하다가도 실내 수업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KT는 대성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공지능(AI) 코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실을 꾸미고 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한 스포츠 체험공간을 강당에 마련했다. 대도시 못지않은 교육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 학생은 총 30명으로 각 학년마다 5명씩인데, 이 중 대성동마을에 사는 아이는 5명뿐이다. 나머지 25명은 주변 마을에서 이곳으로 학교를 다닌다. 다른 마을 학교에 비해 이 곳이 훨씬 최첨단의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주변학교에 나 있다고 한다.
‘대성동초등학교 2학년 박희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아이는 “TV가 두 대나 생겨서 좋고요, 게임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변화된 교실에 대한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5G 빌리지, 고령사회 노인문제 대안될까
종합적으로 마을을 둘러본 결과 통신 기업이 사회공헌의 관점에서 한 마을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쏟아 부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주민들의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오히려 일반 지역에 있는 어지간한 마을회관보다 더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런 시설과 기술이 적용된 마을회관이나 노인복지시설이 전국으로 확장되면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생기는 노인 소외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통제구역, 군사적으로 민감한 구역이라는 지역 특성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불편이 무엇인지 KT가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과 애정도 느껴졌다.
이날 황창규 KT 회장은 직접 마을을 찾아 개소식에 참석하고 주민들과 점심식사도 함께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 회장은 “직접 와보지 못해 늘 맘속에 뒀다”며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개무량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회장은 “세계적으로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 남북 화해모드가 계속되면 대성동은 세계적으로 찾으려 하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며 “이 곳이 통일의 염원과 대한민국의 1등 5G를 알릴 수 있는 거점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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