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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R의 그림자] 사모펀드 포비아 확산…메자닌 채권시장 직격탄


입력 2019.10.29 06:00 수정 2019.10.28 17:30        이미경 기자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 규모 세달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

메자닌채권 중소벤처 안정적인 자금조달 역할 새 방안 필요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 규모 세달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
메자닌채권 중소벤처 안정적인 자금조달 역할 새 방안 필요


연도별 메자닌채권 발행 추이.ⓒ자본시장연구원

파생결합펀드(DLS·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여파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포비아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독일의 경기불안에 따른 R(Recession·불황)의 공포가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기는 가운데 국내 자산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최근 사모펀드의 신규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7월말 10조원대에서 세 달만에 반토막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 규모는 5조4092억원(24일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말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던 신규 설정액은 지난 7월말에 10조3056억원을 찍은 후 8월말에 6조970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달에 들어서면서 5조원대로 내려왔다.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사모펀드 잔액도 지난 8월말 기준 26조3983억원인데 전월말 대비 5893억원이나 감소했다. 사모펀드 잔액규모가 큰 폭으로 줄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라인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를 촉발시켰던 메자닌 기반의 상품들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순자산은 34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4000억원이 줄었다. 메자닌 전략 부진 여파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10조원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들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 9월 한달간 170개의 헤지펀드가 신규로 설정됨과 동시에 162개가 해지됐다. 이로서 전체 헤지펀드 개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3002개로 집계됐다. 펀드당 평균 순자산 규모도 115억원으로 전월대비 1억원 정도 감소세를 보였다.

당초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주목받았던 메자닌채권은 최근 문제가 된 라임운용의 사모펀드에 부실 메자닌 채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체 메자닌상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메자닌채권 발행규모는 2013년 1조원 내에서 시장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2016년에 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메자닌 채권발행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배경에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메자닌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까지 메자닌 채권발행은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한 3조3784억원을 기록했다.

한동안 메자닌채권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용도가 낮아져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메자닌채권 발행을 추진했는데 경기침체시에는 폭탄급 부메랑이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메자닌채권 발행자의 소속시장별 비중을 살펴보면 코스닥기업들의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이 힘들기 때문에 메자닌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현재 메자닌 채권시장에서 비상장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에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2의 라임사태가 촉발될 경우 이러한 메자닌 구조가 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메자닌채권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을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발행된 메자닌채권증권 발행 이후 리픽싱을 실시한 비율은 64.8%에 달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메자닌 채권의 모집방식을 보면 공모발행 비중이 꾸준히 줄고 있는데 이는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정보비대칭이 높은데다 공모시장 접근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사모발행은 증권신고서 제출을 안해도 되고 공시부담이 적은데다 신용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메자닌채권 시장을 혁신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 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라임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으려면) 전문투자자 위주의 발행과 유통시장을 구축하고 투자자들의 메자닌 채권 투자능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제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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