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상품별로 결과 나뉘어 이르면 이달 말 중간 발표
투자 분쟁 격화…공개 늦어져 판매사-투자자 발 동동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대해 회계법인의 실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결과 공개가 지체되고 있다.
은행·증권 등 16개 펀드 판매사가 참여한 공동대응단은 라임운용의 보유자산, 운용수익 등이 담긴 실사 결과에 맞춰 법적 책임을 문다는 계획이지만, 최종 결과를 보기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돼 투자 분쟁만 격화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자산 가치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펀드 상품별로 결과가 쪼개서 공개될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펀드 판매사 공동대응단 TFT 관계자는 “종목과 펀드 수가 많아 상품별로 여러 차례 결과가 나위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계 실사로 등급이 안 좋으면 부도가 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 간 조율 등도 진행되는 상태로 최종안 발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플루토 TF-1호' 등 3개 모 펀드에 투자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자(子)펀드에 대한 상환과 환매를 중단했고, 이후 삼일회계법인은 이 펀드들에 대한 실사를 벌여왔다.
삼일회계법인은 애초 이달 13일까지 실사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었지만, 펀드 운용에 직접 가담한 이 모 전 부사장 등 핵심 인력이 회사를 이탈해 실사가 어려워 일정이 지연됐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태에 따른 상황 설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라 손실액 확정 등까지 함께 이뤄져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펀드 판매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4조348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피해가 예상되는 펀드 환매 또는 상환이 연기된 펀드는 총 1조5587억원 규모다. 4096개 계좌 중 개인 계좌가 3606개, 금액으로는 9170억원에 달해 개인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이번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투자자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고, 수익률이나 기준가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대행해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또한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 논쟁에 휩싸였다. 때문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판매사에 대한 소송 움직임이 거세다.
현재 금융감독원에는 판매사에 대한 불완전판매 분쟁 조정 신청 100여건이 접수돼 있는 상태다. 법무법인 한누리, 광화 등은 투자자들을 모아 대리 소송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환매를 중단한 일부 투자자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을 상대로 약정한 자금을 돌려달라며 5000만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명으로 알려진 이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무역금융 펀드)에 연계된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만기가 돌아왔는데도 약정한 환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판매사들은 자신들도 라임운용 측에 사기를 당했다며 돌연 법적 대응을 시사해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는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는데, IIG는 지난해 1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사기 혐의로 등록 취소와 자산 동결 조치를 받았다. SEC는 IIG가 2018년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졌는데도 이를 속이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사들은 이러한 정황 등을 근거로 자신들도 금융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주축으로 신한·IBK기업·부산·경남은행,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이 공동대응단을 조성했다. 이들은 실사 결과가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기를 당한 것이 명백한 사건으로 실사 결과 내용을 토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