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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질병 발생하면 경제성장률 치명타…암초 만난 정부


입력 2020.01.28 11:07 수정 2020.01.28 11:29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1분기 경제 변수로 떠오른 ‘우한폐렴’...수출·내수 모두 경직 우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경제성장률 0.4%p 떨어져

홍남기 부총리 “208억원 방역 예산 신속히 집행” 대응 나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제주국제공항에 마스크를 쓴 중국인 관광객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정부에서 구상한 경제전선에 변수가 생겼다. 역대 정부에서 대형질병이 발생하면 경제가 가장 먼저 위축됐다는 사례를 볼 때 이번 ‘우한폐렴’을 조기에 잡지 못하면 수출과 내수 모두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연초부터 터진 악재에 난감한 모습이다.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우한폐렴과 관련해 208억원 방역예산을 조기 투입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증시‧채권‧환율 등 요동치는 금융시장


우한폐렴 확진자가 불과 1주일 새 4명으로 늘어나자 가장 먼저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8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우한폐렴 공포에 급등했다. 오전 10시 25분 현재 전 거래일 종가에서 8.60원 오른 1176.6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개장 직전 9.8원까지 치솟았지만 117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 역시 심상치 않다. 장이 열리자마자 2200선이 붕괴됐다. 오전 10시2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60.48포인트(2.69%) 떨어진 2185.65를 기록 중이다. 낙폭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흐름이다.


국고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급락(채권값 상승)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6bp(1bp=0.01%포인트) 내린 연 1.328%에 거래됐다. 10년물 금리는 연 1.580%로 12.4bp 떨어졌다. 5년물은 10.6bp 하락해 연 1.431%를 기록 중이다.


연휴이후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28일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시장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미 올해 예산에 반영된 방역대응체계 구축운영비 67억원, 검역·진단비 52억원, 격리치료비 29억원 등 총 208억원 방역대응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며 “특히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전세기 파견 예산 10억원도 이미 예산에 반영된 만큼 전세기 파견 결정 시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내 확산이 중국 소비 및 생산 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경제, 우리 수출 등에 가져올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 중”이라며 “내수 등 국내 경제활동의 경우 아직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고 향후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스‧메르스 등 역대 대형질병들 경제에 치명적


홍남기 부총리는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확산 정도,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부정적 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배제하기 어렵다”며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등 과거 사례를 참고해 관광·서비스업 등 내수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시나리오별로 철저히 점검·분석하고 필요한 조치를 사전에 준비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질병들은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도 대형질병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더구나 올해는 경제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2.0% 턱걸이를 한 탓에 올해 분명한 성과를 올려하하는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한폐렴은 분명한 악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대형질병은 한국경제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내수 시장 한 축을 담당하는 서비스업은 벌써부터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인 관광객(유커) 방문 급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 연휴 기간 방한하는 유커 규모도 줄었다. 중국이 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 해외 단체여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발생한 대형질병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이 있다. 모두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발 원인 불명 폐렴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 GDP 성장률을 1%p(연간 성장률 0.25%p) 내외를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KIEP는 우리나라 2003년 2분기, 특히 5월 수출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크게 위축됐던 것을 모두 사스 파급에 의한 것이라 가정하고 추정했다. 또 1999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양국 간 관광객 수가 2003년에 감소한 것도 사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2년 약 212만명이었다. 그러나 2003년 사스로 인해 약 18만명 감소한 194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2002년 53만9400여명에서 2003년 51만2700여명으로 떨어졌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경제를 주춤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에 전기보다 3.3% 줄었다가 2009년 1~3분기에 0.1%, 1.5%, 2.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9년 4분기 전분기 대비 0.4% 증가에 그치며 신종플루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국내에서만 186명 환자와 38명 사망자가 발생한 메르스는 더 심각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0.4%p나 감소했다.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치며 내수가 급격히 무너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추산에 따르면 메르스 영향으로 2015년 한국 GDP는 0.2%p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0만명 넘게 감소하면서 여행업은 26억 달러 손실을 봤다. 메르스가 연간 경제성장률 하락의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사태 진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고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일정 부분 제한적이나마 (성장률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정부가 그런 분야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같은 사태로 경제 심리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봐 조금 우려된다”며 “중국인 관광객 방한은 당장 오늘내일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고, 다른 분야는 특이 동향이 아직까진 없다. 각별히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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