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서 구승준 역
'구단 커플' 인기 뿌듯하죠
"구승준은 어디에서든 잘 살 사람입니다."
최근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구승준 역을 맡은 김정현(30)은 구승준을 살려달라는 시청자의 바람에 이렇게 화답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 재벌녀 윤세리(손예진)와 북한군 장교 리정혁(현빈)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 큰 사랑을 받았다. 16일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21.7%, 최고 24.1%를 기록했다. tv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다.
'둘리 커플'(윤세리+리정혁)못지 않게 인기를 얻은 커플이 있으니, 바로 구단 커플(구승준+서단)이다. 구승준 역은 마지막회에서 안타깝게 사라져 아쉬움을 샀다.
18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현은 "박지은 작가와 이정효 PD님을 믿고 출연했는데 대본이 재밌어서 욕심이 났다"며 "재밌고 즐겁게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구승준은 능청스러운 사기꾼 면모와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윤세리에게 관심 있던 그는 서단에게 서서히 끌린다. 급기야는 서단을 구하려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감정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러브라인이 쌩뚱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근데 저는 둘 감정이 조금씩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관계죠. 승준이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서단을 구한 행위는 '성장'입니다."
시청자들은 승준이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구승준'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배우는 "16부 대본을 받고 죽는다는 걸 알았다"며 "아쉽지만, 캐릭터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걸 보고 신기했다"고 웃었다.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에 참여한 것 자체가 배우로서는 영광이다.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시청률이 그렇게 높게 나올지 몰랐는데 뿌듯합니다.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승준이가 사랑받아 기뻐요. '사랑의 불시착'을 제 마음속의 훈장처럼 달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유를 묻자 "북한에서 밝고 능청스럽게 연기한 캐릭터가 표치수 외에 구승준이었다"며 "이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구승준'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언제 남한에 왔냐고 하면서요. 하하. 그때 인기를 체감했죠."
상대 배우의 서지혜와는 '질투의 화신' 이후 두 번째다. 차갑게 보였던 서지혜는 실제로 겪어보니 따뜻한 사람이었단다. 김정현이 이것저것 시도해도 다 받아줬단다.
김정현은 2018년에 출연한 '시간'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해 논란이 됐다.
논란 후 첫 작품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김정현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며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으셔서 기분 좋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가 재밌게 봤던 '도깨비'보다 시청률이 더 높아서 자부심을 느껴요. 선물 같은 작품이죠."
명장면은 구승준이 마지막회에서 비행기 티켓을 찢는 장면을 꼽았다. 그렇게 멋있게 나올 줄 몰랐단다. '오글거리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짤을 보고 쑥스러웠다"고 미소 지었다.
리정혁이 윤세리를 구하러 남한에 와 "한참 헤맸소"를 말한 장면도 명장면이란다. 리정혁이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판타지적인 장면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를 이끈 현빈과 손예진은 실제 연인 같은 케미를 자랑했다. 옆에서 지켜본 김정현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두 분의 케미가 좋았어요. 의사 소통도 적극적으로 하셨고, 아이디어 교환도 막힘 없었죠. 촬영에 들어가면 바로 현빈 선배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졌어요.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었습니다."
드라마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울림 있는 장면과 대사로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김정현은 "북한은 가장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곳"이라며 "이런 부분이 우리 드라마를 재밌게 볼 수 있었던 포인트였다. 세트장에 있을 땐 실제 북한에 와 있는 듯했죠."
시청자들은 '사랑의 불시착'을 두고 '일일 드라마로 봤으면 한다', '끝나니깐 삶의 낙이 없다'라며 호응했다. 배우는 "요즘은 다양한 경로로 방송을 볼 수 있으니 너무 아쉬워하시지 마라"고 시청자들을 응원했다.
'초인'(2015)으로 데뷔한 김정현은 '질투의 화신'(2016), '어느날'(2016),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2017), '빙구'(2017), KBS2 '학교 2017'(2017), '으라차차 와이키키'(2018) 등에 출연했다.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그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배우로서 캐릭터에 잘 접근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첫 출발을 잘 끊은 그의 올해 소망은 무엇일까.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선배님들(박명훈·장혜진)과 작품을 함께 했어요. 영어를 배워서 활동 반경을 넓혀 보고 싶답니다. 장르 가리지 않고 올해 안으로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사랑의 불시착'이 같은 선물이 되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구승준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도 들려줬다. "유언처럼 해야 하나요? 하하. 드라마에선 죽었지만, 어딘지 숨어 있을진 모르잖아요. 생사 여부는 박지은 작가님만 알아요. 어딘가에서 구승준이 웃고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사셨으면 합니다. 승준이는 잘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