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최고치 기록하던 시기에 사들여 '金트라우마'
외환보유액 1.2%에 불과하지만, "아직 매입계획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이 지난 25일 기준 6만3550원으로 한 달여 만에 무려 9.3%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7일 국제 금 현물 가격도 온스당 1642.19달러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금값 추세는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12개월 이내에 온스당 1800달러(약 218만3천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4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면서 금값 상승세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통상 금리와 반비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세계적 경제위기나 전염병 창궐 등으로 금값이 뛸 때마다 한국은행은 진땀을 뺐다. 한은이 2013년 2월 이후 한번도 금을 매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보유량은 47억9천만달러로 우리 전체 외환보유액의 1.2%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금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온 한은이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2013년부터 7년째 변동이 없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지난 1월 말 기준 4096억5천만 달러로 세계 9위인 것을 감안하면 금보유량은 여전히 적은 편이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국가는 브라질(0.7%), 체코(0.2%), 트리니다드토바고(1.0%) 정도다.
한은은 김중수 총재 시절 금 보유량 확충 계획을 세우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현재 보유량의 대부분인 약 90톤을 사들였다. 그런데 당시 국제 금 시세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때여서 평가손실을 입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정감사장에선 "책임지라"는 호통에 시달렸다.
이주열 총재가 부임한 뒤 금 매입과 관련한 논의는 내부적으로 금기시 됐다. '金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은은 금 보유량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금 매입을 비롯한 외환보유액은 단기적 상황이 아닌 장기적이고 전략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금을 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