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은행지수 연초 대비 31%↓...최근 반등에도 난항 예고
“은행 공공성 강조...자사주 매입·배당 기대감 감소 가능성”
큰 폭 떨어졌던 금융주 주가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종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침체와 실적 우려 등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은행의 공공적인 성격이 요구되면서 주주 친화 정책이 약화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RX은행지수는 전장 대비 1.92% 떨어진 486.45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31.3% 하락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악화와 기업 부실 우려 등이 불거지자 배당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됐다. 다만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졌던 지난달 19일(382.02)과 비교해선 27.3% 오른 상태다.
금융주는 최근 증시 안정세에 힘입어 일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증시 상승 구간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올해도 영업 환경에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국가 경제 불확실성이 불거지면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은행 주식을 팔아 치우는 흐름을 보인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인하하면서 은행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현재 금융사들이 금융기관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금융주의 주주가치는 타격을 입고 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초저금리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채권시장안정펀드·증시안정펀드 출자 등 현재 은행권이 보이고 있는 행보는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에 가깝다”며 “비록 시장의 직관적인 우려만큼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해도 당장의 주주이익이 훼손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기업은행의 독자신용도를 하향검토 대상에 올린 것도 비슷한 이유란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책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주의 장점은 높은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취득 등 주주친화정책 강화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은행이 최근 잇따라 주주환원정책을 중단한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윤석원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내부 회의에서 국내 은행권에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 매입도 자제하라고 권고를 내렸다. 이는 규제 완화로 얻은 자본을 배당·자사주 매입으로 소진하지 말고 실물지원에 집중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은 연구원은 “배당성향 후퇴와 같은 비이성적인 결말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일시적 자사주 매입·소각 중단과 실적 둔화에 따른 주당배당금(DPS) 감소,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인 바젤Ⅲ 도입 영향 제거 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 상승 이상의 주가 모멘텀이 생성되기는 힘들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현재 금융주 대다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다. 현저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벗어나는 정도의 주가 반등은 가능하더라도 추세적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바이러스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초기 국면에선 은행주가 시장대비 아웃퍼폼할 수 있다”면서 “우선 주가 하락 폭이 크다는 점과 절대적으로 낮은 PBR, 과거 사례에서 경험한 위기 이후 은행주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시장지수나 은행주 주가가 어느 정도 반등한 이후에는 시장도 앞서 언급한 수익성 회복여부, 이익 증가 강도를 가늠해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때는 저금리와 자산건전성 우려 등으로 상대적으로 은행주의 매력이 타 업종 대비 낮아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높은 배당수익률도 이익 증가가 정체되면 배당성향 상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이익 전망에 대한 의문과 공공성 강조의 분위기가 합쳐지면 배당 기대감도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실적 불확실성과 정책 부담이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자본정책이 확인돼야 유의미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은 연구원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KB금융의 공격적인 자본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하나금융의 중간배당 규모, 신한지주의 중장기 자본정책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며 “상기 요인이 주가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