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정유 부문 재고손실 7210억원 '눈덩이'
가동률 조정·투자계획 철회엔 신중…2Q 회복 기대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976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한 실적 개선을 전망하기 어렵지만, 2분기부터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1조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704억원 흑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1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806억원을 기록했다.
정유부문 손실이 1분기 전체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윤활기유는 전년 동기 대비 310.8% 11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석유화학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1% 감소한 665억원에 그쳤고, 정유부문에서 1조1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실적이 1조원대의 적자로 이어졌다.
에쓰오일은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손실의 대부분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원가계산방식 및 래깅 마진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급감에 주요 산유국 간 '증산 경쟁'까지 겹치며 유가가 폭락한 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통상 유가가 내려가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손실을 우려한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국내에 가져오기까지는 중동 두바이유 기준 약 20일이 걸린다. 이 기간 제품 가격이 원유 대금보다 더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에쓰오일의 1분기 재고관련손실은 7210억원을 나타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10개국으로 구성된 OPEC+는 원유 감산에 합의했지만 저유가는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수송용연료 수요가 급감하면서 마진 폭이 큰 경질유(휘발유·항공유) 재고 또한 불어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휘발유와 항공유, 벙커링, 디젤 등 수송운반용 연료의 재고가 많이 쌓였고, 이달에도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되면 관련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2분기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유업계는 석유 수요 감소에 따라 공장 가동률 조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가동률 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4월에도 수요가 감소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조정 없이 제품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며 "마진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인해 가동률을 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예정된 설비 증설과 투자 계획 또한 철회나 축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2단계 투자 관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 "연기 가능성을 점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며 "최종 의사결정은 내년 초에서 하반기 정도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 재무구조 개선될 것인지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과 관련해서는 "110만 배럴 정도의 생산 확대를 계획 중으로 이미 완공을 마친 상태"라며 "내년도 증설 물량인 30만 배럴에 대해서는 연기될 가능성이 있고, 불가피하게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