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자산매각 등으로 3000억 내외 자금 확보 가능
신차개발, 마케팅 등 비용으로 2000억 주가 소요 예상
노조 고통분담 통한 선제적 자구안으로 긍정 여론 기대
쌍용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으며 이 회사에 대한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여부가 본사 직원 5000여명과 협력사 직원 수만 명의 일자리를 좌우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당초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으로 자체 산정했던 ‘3년간 5000억원’ 중 3000억원 정도를 자체 경영쇄신과 비핵심 자산 매각, 대주주 마힌드라로부터의 지원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율 변경(150%→100%) 등의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연간 총 1000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부산물류센터를 팔아 약 263억원을 확보했고, 구로정비사업소, 인재개발원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구로정비사업소만 해도 매각가로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자산 매각으로만 1500억원 이상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힌드라가 지원을 약속한 400억원 중 200억원은 이미 들어왔고 나머지 200억원도 이번 주 중으로 입금될 예정이다.
이정도면 당장 7월에 KDB산업은행에 상환해야 할 대출금 900억원을 포함,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신차 출시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자동차 업체는 지속적으로 신차를 출시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차입금만 상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도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쌍용차는 올해 하반기 G4렉스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출시와 티볼리의 롱바디 모델 티볼리 에어 재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코란도를 기반으로 한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개발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쌍용차 1분기 분기보고서에 대해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외부에서의 자금 조달도 힘들어졌다.
2018년 한국GM 위기 당시 지원모델은 불가능하다. 당시에는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와 2대주주인 산은의 지원이 있었지만, 쌍용차는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코로마19 사태로 추가 지원 여력이 없는 상태고, 산은은 주주가 아닌 채권자라 지원 당위성이 없다.
결국 쌍용차로서는 정부가 편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총 40조원의 기금 중 2000억원 가량만 지원돼도 쌍용차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7대 기간산업 중 해운과 항공을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자동차도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처한 쌍용차를 지원하는 부분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1분기의 부진은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입장이다. 수출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쌍용차 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부진하고, 내수판매는 쌍용차만 부진한 이유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외로부터의 부품 공급 차질이라는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내수판매는 계약 자체는 원활하지만, 부품 공급 차질로 가동이 중단되며 계약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달에도 8일 정도 생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의 위기가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 등 고임금 사업장에 대한 대규모 혈세 지원이 이뤄지며 기업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걸림돌이다.
다만, 쌍용차는 지난 11년간 노사상생 문화로 좋은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여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쌍용차 노조는 2010년 이후 매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무분규로 타결해 왔으며, 올해도 다른 기업들이 교섭에 착수하기도 전에 임금 동결로 교섭을 타결했다.
지난해 사측이 제시한 실질임금 삭감을 전제로 하는 쇄신안에도 큰 마찰 없이 동의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통분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최근 협력사들을 만나 “선제적 자구노력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회사의 지속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고객들에게 다양하고 합리적인 제품을 제공하고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