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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경제 시대] 돈풀기 이제 시작인데 국가재정 벌써 '골병'


입력 2020.06.11 06:00 수정 2020.06.10 21:4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재정적자 56조 사상최대…3차 추경 반영된 연말에 840조 넘을듯

코로나 충격에 세수는 8조7000억 줄어 '재정건전성 추락' 불가피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방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가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수준으로 치솟으며 나라살림 운용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 만능주의'를 내세우며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 붓는데 주력한 만큼, 나라살림이 나빠진 것은 필연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향후 전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추가로 이뤄지고,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현실화되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 체감도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씀씀이는 '역대급'…나라 곳간 말라간다


11일 기획재정부 '6월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43조3천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보다 적자가 17조5000억원(67.2%) 급증한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56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재정 건전성 지표가 모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곳간'이 마르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총 6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3차례의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5%까지 오를 것으로 기재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38.1%에서 5.4% 포인트 급등한 수준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40%대 초반"이란 정치적 수사(修辭)로 포장하고 있다.


'역대급'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세수는 오히려 급감했다. 올해 1~4월 걷힌 국세는 10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7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영업실적 저하로 법인세수(-12.9%)가 지난해 보다 줄었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부가세 수입(29조5000억원)도 11.1% 줄었다.


국가채무도 한 달 전보다 14조7000억원 증가한 746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47조3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가 증가하면서 부담해야할 이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수는 줄어드는데 정부가 더 큰 지출계획을 짜고 있어 갈수록 나라 곳간이 말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정카드를 다 쓰겠다며 또 한번 추가경정예산안 드라이브 걸고 있다.


당장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기에는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로 낮췄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0.2%로 제시했다. 민간소비와 수출, 설비투자 등 주요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되는 경기침체는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채경제, 외부 충격에 취약해 한순간 균형 잃고 쓰러져" 경종


정부의 '보수적 계산'으로도 올해 세수가 지난해보다 13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발표한 3차 추경분까지 반영되면 연말 국가 채무는 84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달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40%를 넘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급격한 채무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향후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때 허약한 재정에 따른 국가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난다면 지금 돈을 끌어다 써도 상관이 없지만 내수는 계속 침체하고 세계경제도 안 좋아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결국 부채의 관건은 수익성인데, 부채가 수익성이 낮거나 사회복지를 대체하게 된다면 결국 부채는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부채경제는 외부적인 충격에 취약해 결국 경제가 멈칫하는 순간 경제는 균형을 잃고 고꾸라지게 될 것"이라며 "부채경제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소득대비 부채비율을 낮추는 ‘아름다운 채무조정(beautiful deleveraging)’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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