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인 역 맡아 극 전반 이끌어
배우 이주영은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이다. 20대 후반인 그는 또래 배우들과 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춘몽'(2016), '꿈의 제인'(2016), '메기'(2018) 등에 출연하며 스타가 아닌 '배우'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특히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온 점이 눈에 띈다. 청춘의 표상인 '메기' 윤영, 아픔과 사연을 간직한 마현이 등 그가 입은 옷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묻어 있었다.
이번 '야구소녀'도 그렇다. '야구소녀'(감독 최윤태·18일 개봉)는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이주영은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 강속구를 던지는 '천재 야구소녀' 주수인 역을 맡았다. 고교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해 계속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 꿈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고군분투한다.
'야구소녀'는 이주영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단단한 몸짓, 툭 던지는 대사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코치에게 "내가 대신 가줄게요"라고 담담히 말한 장면은 감독이 꼽은 명장면이기도 하다. 이주영은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꿈을 대사로 전달한다.
후반부 트라이아웃(공개 선수평가)에서 이주영의 진가는 빛난다. 꿈의 무대에 한 발짝 다가간 이주영은 흔들리는 듯하면서 기어코 해내는 수인이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백하게 연기했다.
주변의 걱정과 온갖 한계 불구하고 주수인은 꿈을 좇는다. 포기하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도 모르는 내 미래를 당신들이 어떻게 알아요"라고 일갈한다. 이주영이 해석한 수인은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에 집중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야구 선수 캐릭터 탓에 감독은 이주영에게 대역을 제안했지만, 배우는 대역없이 역할을 소화했다. 손 악력을 키우기 위해 악력기를 활용했고, 근력 운동도 자주 했다. 직구, 커브, 슬라이드 등 다양한 구종을 연습했고 실제 선수들과 어울리며 한 훈련을 통해 수인이의 아픔과 과정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이주영은 올 초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트랜스젠더 마현이를 맡아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작품이 잘 된 덕에 이번 '야구소녀'는 더욱더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마현이도, '야구소녀'의 주수인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이주영은 "앞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뚝심과 믿음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며 "연기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힘듦을 깨부수기보다는 고난의 순간을 인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그는 독립영화와 드라마를 두루 거치며 성장하는 중이다. 배우는 "독립영화와 드라마 모두 각각의 강점이 있다"며 "내 앞길을 예상하면서 작품을 선택하지 않고, 순간 끌리는 작품을 택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주영은 꾸준히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2012년 연기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쉰 적이 없다. 그는 "조금씩 쌓은 부분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