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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역대급 현금자산 쌓은 증권사


입력 2020.06.24 05:00 수정 2020.06.23 21: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올 1분기 증권사 현금성자산 20조7504억원…1년 새 60% 급증

ELS·ABCP 등 상환금 확충 요인…추후 투자자금 활용 가능성↑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증권사의 현금성자산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픽사베이

증권사가 현금성자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금융시장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해 완충장치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시장상황이 개선된 2분기 이후에 증권사가 현금성자산을 신규투자·운용으로 전환해 투입할 예정인 만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57개 증권사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조7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2조8483억원보다 61.5%(7조9021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말의 12조1658억원과 비교해도 70.5%(8조5846억원) 증가했다.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9년 2분기 9조1893억원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1분기 6278억원에서 3조1050억원으로 394.5%(2조4772억원) 늘어나면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삼성증권 1조408억원→2조908억원 ▲신한금융투자 2277억원→1조9208억원 ▲한국투자증권 7926억원→1조6329억원 ▲하이투자557억원→5519억원 등도 현금성자산을 크게 늘렸다.


현금성자산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대기 투자자금을 의미한다. 현금, 정기예·적금, 외화예금 등은 물론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이 현금성자산에 포함된다. 통상 기업이 현금을 늘리는 이유는 경기가 어려워져 추후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신규 투자를 줄이고 내부에 돈을 쌓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증권사가 현금성자산을 늘린 건 코로나19로 발생한 유동성위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발행 실패 등으로 증권사가 떠안아야 할 금액이 늘어나자 현금을 급히 확보한 것이다.


지난 3월 증권사가 발행한 ELS의 기초자산인 유로스톡스 50지수, S&P 500지수 등 해외 주가지수가 폭락했다. 이에 ELS를 운용하는 증권사 가운데 자체 헤지를 선택한 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했다.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은 3월 한 달에만 1조원이 넘는 마진콜 누적 금액을 떠안아야 했다.


이어 건설사 대출채권을 담보로 대량으로 ABCP를 찍어낸 증권사는 코로나19로 건설·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자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시장은 가치가 떨어진 ABCP를 구매하지 않았고, 이 금액을 모조리 증권사가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3월 말 만기가 도래한 총 15조9000억원 규모의 ABCP 가운데 증권사는 2조1000억원을 매입약정 이행으로 지불해야 했다.


ⓒ데일리안

이에 증권사는 ELS와 ABCP에 투입할 현금이 필요했고,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갚았다. 이처럼 대량의 자금을 투입한 증권사는 자금유동성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신규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우선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 말 ELS 마진콜과 ABCP 차환불가 이슈로 증권사들이 차입금을 증가시키면서 현금성자산도 함께 늘어났다"며 "이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금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맞은 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금을 많이 늘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각 증권사가 과거 외환위기(IMF), 금융위기 등 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학습효과가 현금성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2분기에는 증시 상황이 안정되면서 각종 상환금이나 주식·채권 평가손익이 정상으로 돌아와 현금성자산이 기존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현금성자산을 신규 투자 및 운용으로 이전시켜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3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맺어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일부 증권사는 이미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등을 통해 자기자본 확충으로 방향을 선회해 기업금융(IB) 등 사업에의 신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다양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증권사들이 배운 부분이 있어서 선제적으로 현금을 쌓아놓은 부분도 있다"며 "시장이 계속 안정세를 보이면서 1분기 평가손실을 회복했다는 전망이 등장한데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장기조달을 늘린 증권사들이 그 동안 대기하고 있던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전략을 마련한 만큼 이후 상황이 정상화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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