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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주는데 가격 오르는 ‘우유’...먹거리 가격 줄줄이 상승 할라


입력 2020.07.30 10:00 수정 2020.07.30 09:3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원유ℓ당 21원 인상 합의…내년 8월부터 시행 예정

유업계 ‘엎친데 덮친 격’…수익성 제고 위해 ‘안간 힘’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유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저출산, 먹거리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 인상까지 결정되면서다. 관련 물가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소비자 외면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업계는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낙농진흥회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8월 원유 가격을 ℓ당 21원 올리기로 확정했다.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약 2.3% 인상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것을 감안, 인상 시기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3년 도입됐다.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정하는데,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만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결정된 가격은 그해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시장 상황보다 생산비에 근거하는 이유는 낙농가 보호 때문이다. 낙농가의 생산비를 원유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농가를 보호하고 유가공업체와의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가 개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유업계는 이번 원유 인상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에 따른 결과는 회의감이 든다는 반응이다. 우유 소비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 외면을 당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낙농산업을 보호하는 기조이고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처럼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원유가격연동제는 장기적으로 봤을때 낙농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문제인 원유가격연동제의 개선없이 원유값 인상을 내년으로 잠약한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태로 간다면 우유 소비 자체가 줄어서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우유가격 인상…도미노 가격인상 ‘예고’


이번 결정으로 원유가격이 1년간 동결됨에 따라 우유 소비자가격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제품 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안팎으로 매우 높아 내년 하반기에는 소비자가격 인상도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나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 과자, 커피, 분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다. 원유가격의 인상 여파는 유제품 가격에만 미치지 않고 연관된 식음료 산업으로 파급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부담의 원인이 되고 소비자의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 진다.


이를 배경으로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에서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낙농가는 시장 수급과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에 따른 원유 가격을 보장받으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우유 회사들은 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규모 낙농가들은 점차 축소되고 대규모 낙농가들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원유가격연동제는 비용효율 측면에서 소규모 낙농가보다 자가노동비 부담이 100ℓ기준 3.5배 낮은 100두 이상의 대규모 낙농가들에게만 혜택이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유생산비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원유기본가격을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육두수별 우유생산비는 사육두수에 따라 크게 변동되지 않으나, 자가노동비는 우유생산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사육두수별 비용 차이가 크며 소규모 낙농가와 대규모 낙농가의 생산비 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도 원유가격 상승이 유가공제품의 가격에 직접적 영향이 미치게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배제된 채 상황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우유 생산비의 비목별 계산기준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의 후생을 도모하는 원유가연동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8년 사례만 봐도 물가상승 사례는 명확하다. 당시 원유 가격이 1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오르자 관련 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8월에는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소비자가격을 1L당 3.6% 올렸고, 기업 간 거래 시 납품가도 10%가량 인상했다. 10월에는 남양유업이 소비자가격을 4.5%가량 인상한 데 이어 기업 간 거래 시 납품가도 5% 올렸다.


우유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당시 우유 제품 8종의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이밖에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이 연이어커피 가격과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물가 상승 전망에 대해 “내년 하반기 이후 일이라 아직 논의하기는 이른듯 싶다”면서도 “내년 하반기 원유값 인상후엔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유유협동조합

◇“바람 잘 날 없다”…유업계, 지속되는 어려움


유업계는 올 상반기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급식용 우유 공급이 대부분 중단되면서다.


학교 급식 우유 전체 5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 25%를 차지하는 남양유업의 타격은 특히 컸다. 관련업계는 이 기간 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우유는 물론 분유 매출까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기준 우유 매출액은 2018년 2조1241억원에서 지난해 2조599억원으로, 분유는 같은 기간 1369억원에서 1239억원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유업계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수입 유제품 공세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낙농 선진국들과의 FTA 체결로 값싸고 품질 좋은 유가공품과 경쟁을 하게 되면서다. 지난해 유제품 수입량은 221만톤에 육박했다.


유업계는 국내외 안팎으로 불황을 탈피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비교적 인구 증가율이 높은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거나 국내에서는 우유를 활용한 디저트 카페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고령사회에 대비해 관련 식품 만들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잉여유도 수익화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긴 멸균유 등의 형태로 재가공해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윤을 내기 힘든게 우유사업이다 보니, 최근에는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제품의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게 업계 공통적 노력이다"며 "매일유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영양식과 건기식, 컵커피 등이고, 남양은 백미당, 믹스커피 등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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