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수해 관련 대북 지원 검토
"인도 협력, 정치·군사 상황 무관하게 추진"
통일부 '원칙론', '국민 눈높이'서 벗어났다는 지적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가 북한 수해 복구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수해로 인한 구체적인 북측 피해현황을 파악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정부는 인도 분야의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련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대북 인도 지원과 관련해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다. 다만 정부는 원칙적 입장에서 여건이 되면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북 인도 지원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의 인도 지원 '원칙론'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거듭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세계식량계획(WFP)에 대북 인도 지원 목적으로 120억원을 공여하기 앞서 "우리의 진정성을 북한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번 결정은 인도적 사안을 정치·군사적 사안과 연계하는 단기적이고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이행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통일부의 원칙론이 국내 수해피해와 맞물려 '정무 감각' 부재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명피해가 50명이 넘고, 각종 시설물 피해가 잇따르는 등 '민생'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 통일부가 대북 인도 지원을 추진하고 나선 건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통일부 원칙론에 대해 "우리 국민보다 북한 주민이 더 중요하냐"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이 장관이 원내대표까지 역임한 4선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심을 고려하지 않는 통일부의 '마이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南北 물물교환 관련 美 동의 여부 두고
30분 만에 입장 번복 '촌극'
한편 통일부는 이날 북한 술과 남한 설탕을 물물교환하는, 이른바 '작은 교역'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물물교환 사업에 대해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설명했다"며 "미국 측도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가 관련 사업에 대해 미국과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힌 만큼, 통일부가 자체적으로 미국과 소통했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요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통일부는 브리핑 30분 뒤에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작은 교역은 현재 검토 단계에 있는 사안"이라며 "한미 간 협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질문 내용을 착각한 것"이라며 물물교환 사업이 아닌 WFP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해 미국 측 공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일부가 주관 사업에 대해 엉뚱한 답을 내놓고 곧바로 발언을 철회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