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는 작곡된 음악을 듣고 분위기나 주제에 알맞은 가사를 구상하거나 일정한 형식에 맞도록 글을 쓰는 직업이다. 가사는 곡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즉 혼자서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가사는 음악 위에 놓여 노래의 메시지를 전하며 리스너들에게 공감 혹은 위로와 힐링을 끌어낸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을 잡아끄는 힘은 역시 가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김이나, 민연재, 서지음, 황유빈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작사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관심도 높아졌고, 온라인에서도 이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작사가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공모전, 두 번째는 주변 작곡가와의 협연, 세 번째는 작사 아카데미에 등록해 데뷔하는 것이다. 정해진 규칙은 아니지만 통상 곡이 나온 후, 가사가 입혀지는 순서로 작업되기 때문에 가사만 받는 작사 공모전은 자주 열리지 않아 참여 기회가 적다.
두 번째 방법은 주변에 음악 종사자가 있다면 활용하는 것이다. 주변에 작곡가나 A&R 등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습작한 가사를 건네 피드백을 받는 방법이다. 프로 작곡가 눈에 띌만큼 재능이 보이면 충분히 기회를 가져갈 수 있다. 작곡가 데니스 서(서기준)는 "스스로 작사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작사가를 찾는 분들도 많다. 실제로 나도 작사 잘할 법한 사람에게 작사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곡가랑 친분이 있더라도 글을 잘 쓴단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곡을 줄 수 있다. 저작권료는 작사와 작곡은 지분이 똑같다. 작사를 맡겼을 때 저작권만큼의 가치를 낸다는 믿음 하에 준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와이스, 길구봉구, 에이프릴 등의 40곡 이상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배우 이지민은 지난해 '작사가를 지망한다면' 특강에서 데뷔 계기를 "아는 작곡가에게 작사에 관심이 있다고 어필하고 곡을 받아서 썼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외국 작곡가로부터 곡을 수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는 작사가가 예전보다 더 많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 때 소속사에서 작사가에 의뢰해 영어 데모에 가사를 입히는 작업을 하는데, 연계되는 곳이 작사 아카데미다. 소속사에서는 외국 작곡가 곡을 포함한 작사가 필요한 데모곡을 여러 아카데미에 주고 가사를 지원받는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많은 가사를 받을수록 좋은 가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고, 아카데미는 돈을 받고 데모곡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강생들에게 부담없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때 아카데미는 자신들의 커리큘럼을 수료한 수강생들에게 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 작사 아카데미는 기초 1개월,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 상급 3개월 총 10개월의 교육을 이수하면, 발매 예정인 15곡 작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반마다 정원은 10명~12명이며, 학원비는 40만원이었다.
기초반은 한 번도 작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절, 글자수 따는 법과 곡의 콘셉트, 설정을 잡는 방향성을 배우게 된다. 초급반은 기초보다 심화된 이론 수업, 강사진의 미발표곡, 팝송에 가사를 붙여서 마감기한에 맞춰 보내는 훈련을 한다. 보낼 때마다 강사로부터 일대일 피드백을 받는다.
중급, 상급, 고급반은 20년 이상 베테랑 작사가, 아카데미 출신 작사가 등으로 구성된 강사진으로부터 데모곡에 가사를 붙이고 피드백을 받는다. 아카데미에 따르면 중, 상, 고급반은 난이도가 높아지며 매주 다른 작사가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다.
10개월 간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제공 받은 15곡 작사 기회를 다 소진한 뒤에도 계속 작사에 도전하고 싶다면 프로 데뷔반에 입성할 수 있다. 프로 데뷔반은 수료생들만 들어갈 수 있으며 다니는 동안 무제한으로 아카데미를 통해 들어오는 의뢰곡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른 유명 작사 아카데미들도 평균 초급, 중급, 고급반을 나눠 수강생을 받고 있었으며 학원비는 3~40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아카데미가 프로 작사가 데뷔를 책임지지는 못한다. 가사를 선택하는 것은 기획사의 몫이다. 아카데미는 기획사로부터 의뢰받은 곡들의 참여 '기회'를 줄 뿐이다. 기본적으로 6개월이 넘는 기간과 수 백 만원이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아카데미의 역할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카데미 관계자는 "수료하고 쉽게 데뷔하는 분들도 있고 반면 데뷔를 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데뷔하는 비율은 수강생의 22%정도 된다"며 "저희는 데뷔시켜드린다고 말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카데미의 전 과정을 수료하고 데뷔한 작사가는 아카데미의 장, 단점을 짚었다. 아카데미를 통해 기회를 잡고 잘 됐을 경우에는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극히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작사 아카데미 출신 작사가는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기회를 돈 주고 제공받는다는 생각으로 다녀야 한다. 내가 기회를 잡아 데뷔하겠다는 각오와 준비가 됐을 때 가는 것이 좋다. 배우고 있을 시간이 없다. 무조건 눈에 띄어야 한다. 쉽게 말해 돈 내고 기회를 사는 것이다. 나는 60만원 씩 내고 12개월을 다녔고 그 때 투자한 비용을 저작권료로 보상 받았다. 하지만 나와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 중 활동하는 사람은 1~2명뿐이다"라고 말했다.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 유명 작사가는 교육을 통해 일반 사람들이 작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반가운 취지지만 시스템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 작사가는 "기회를 제공 받았을 때 수많은 사람들 중 내가 한명이 될 수 있다란 보장이 없다. 나도 커리큘럼으로 짜고 가르쳐도 봤는데 10회 12회 정도 수업하면 더 가르칠 것도 없었다. 작사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했다.
가수를 다수 보유해 컴백 때마다 다양한 곡을 작곡가, 작사가에게 의뢰하는 한 소속사 A&R은 "아카데미에서 받은 가사는 다 정형화 돼 있다. 첫줄만 봐도 학원형 가사들이 보인다. 학원에서 100점 맞았다고 작곡가나 대중이 100점을 주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아카데미의 맹점을 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