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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의 역주행] '고유민 사망' 진실 공방과 침묵하는 그들


입력 2020.08.22 07:00 수정 2020.09.04 15:09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유족 측, 현대건설 구단에 고인의 죽음 책임 물어

구단은 상호합의 하에 임의탈퇴 진행했다고 주장

고 고유민의 현역 시절 모습. ⓒ 뉴시스

프로배구 고(故) 고유민 선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일 고유민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인터넷 악성댓글이 아닌 구단에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전 소속팀인 현대건설 여자배구단도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유족이 주장하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대건설 배구단의 불공정 계약과 코칭스태프의 따돌림이다.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하며, 코칭스태프의 의도적인 따돌림과 훈련 배제로 고인이 괴로워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인이 임의탈퇴 처리 후 잔여 연봉을 받지 못한 점, 트레이드 등 다른 팀으로 갈 수 없게 된 처지 등을 비관했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구단 자체 조사 결과 코칭스태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고, 경기 출전 기록 등을 자료로 제시하며 경기 및 훈련 제외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무단이탈 및 임의탈퇴를 하게 된 과정 역시 고인과의 상호합의를 거쳐 이뤄진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이 기시감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족의 주장대로라면, 또 한 번 체육계 특유의 폐쇄적 환경이 만들어낸 비극이기 때문이다.


유족은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고, 현대건설 역시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진실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침묵 때문이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당사자는 이미 사망해 구체적이고 적시적인 진술을 들을 수 없다. 그 다음은 현대건설 동료 및 팀 관계자들이다. 그러나 이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고유민 유가족 측이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진실이 어떻든 지금 상황에서 구단 관계자들이 입을 열기란 어렵다. 말 그대로 ‘밥줄’이 걸린 사안이라 선뜻 나설 수 없고, 그러한 선택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때마침 충북 제천에서 KOVO컵 대회가 열린다. 현대건설은 8월 30일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과 첫 경기를 치른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무관중으로 개최되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도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을 향할 것이 분명하다. 배구팬들 역시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법적 진실 공방에 앞서 도덕적 책무에 따른 진실어린 말을 요구하고 있다.


어찌됐든 고인은 생전에 구단 측 처사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프로의 세계가 아무리 냉혹하다 할지언정 결국은 사람과 사람 간의 계약이고 인화(人和) 속에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게 당연지사다. 이도희 감독과 현대건설 측이 어떤 말을 직접 내놓을지, 팬들의 시선이 제천으로 향할 전망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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