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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빠지고 청산하고"…공모펀드 활성화 가능성 '물음표'


입력 2020.09.04 05:00 수정 2020.09.05 19:53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사모펀드 자산 1년 새 3조9947억원 증가…공모에선 9조4352억원 감소

자금유출에 '재간접 펀드' 2개 청산…"운용 규제완화 없이 활성화 불가"

금융당국의 지속된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공모펀드에서 1년 새 9조4352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업계는 펀드 운용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인 방안 없이는 당국의 추가적인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뉴시스

공모펀드 자금이 낮은 수익률로 인해 지속해서 유출되고 있다. 일부 펀드는 자금유출을 견디다 못해 청산되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이에 과거 금융당국이 수차례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내놨음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당국이 운용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주식·채권·재간접 공모펀드 순자산액은 87조56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조9961억원 대비 9.7%(9조4352억원)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순자산액이 99조5491억원에서 103조5438억원으로 4.0%(3조9947억원)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자산별로는 채권형 공모펀드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유출됐다. 지난 달 말 채권형(혼합형 포함) 공모펀드 순자산액은 38조6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2545억원 대비 18.1%(8조5796억원) 감소했다. 주식형 공모펀드는 48조3878억원에서 48조854억원으로 0.6%(3024억원) 줄었다.


이처럼 공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 된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최근 10년간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2.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인 연 2.5%보다 낮은 수치다. 아울러 높은 펀드보수도 투자자를 멈칫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주식형 공모펀드의 총 보수는 0.9%로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균 투자비용인 0.3%의 3배에 달한다.


공모펀드 수익률이 악화되는 이유는 자산운용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공모펀드는 종목당 편입 비중을 10%로 제한하는 운용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공모펀드에 편입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해도 10%를 넘기면 3개월 이내에 팔아야 해 수익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의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가 위기를 맞으면서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활성화에 나섰다. 시중에 풀린 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오면서도 국민의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공모펀드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데일리안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공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운영될지 회의적인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7년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500만원 이상이던 최소투자금액까지 없애면서 활성화에 노력했지만 재간접 공모펀드는 사장되는 모양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국내에서 운영 중인 8개 재간접 공모펀드의 운용규모는 3689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투자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하자 아예 펀드를 청산하는 운용사까지 나왔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올해 5월 '베스트헤지' 펀드를 청산했다. KB자산운용도 지난 달 '헤지펀드솔루션혼합자산펀드'의 운용을 중단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6개 펀드에서도 최근 1년 간 109억6700만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지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3개월 재간접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8.43%에 불과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25.90%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금융위는 최근 자산운용사가 공모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판제를 중심으로 펀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직판제를 시행 중인 삼성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등 3사의 판매 잔고는 3년 동안 1799억원에 불과하다. 과거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가 실패했던 재간접 공모펀드의 절차를 다시 밟을지도 모른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비롯해 과거 금융당국이 실시했던 활성화 정책들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 시장 상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공모펀드의 원론적인 문제가 수익률인 만큼 적극적인 세제혜택이나 펀드보수 할인 같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면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펀드는 운용 규제가 매우 빡빡해 수익을 얻기가 어려운데 투자자보호를 동시에 중시하다보니 역설적인 구조를 지닌 상품이 돼 버렸다"며 "결국 당국 차원에서 공모펀드에 대한 자산운용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투자자 외면이 지속될 것인 만큼 이와 관련한 부분에서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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