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금속노조 가입투표…가결 요건 3분의 2 미달
11월 새 집행부 선출 여부에 따라 민노총 가입 재시도 전망
노사·노노 갈등 상존…"수출 물량 배정에 불이익 우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가입이 무산됐다.
이번 투표결과로 르노삼성은 향후 노사 대립 격화에 따른 경영차질 우려를 덜게 됐다. 다만 상당한 인원이 현 집행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1월 새 집행부 선거 결과에 따라 또 다시 금속노조 가입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9일·10일 이틀간 체제 전환(금속노조 산하 산별체제로의 전환) 찬반투표에서 총원 1983명 중 1907명이 참석(투표율 96.2%)한 가운데 1158명이 찬성표를 던져 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60.7%, 총원 대비 찬성률은 58.4%다.
르노삼성차 기업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를 하고 투표자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받아야 했다.
이번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은 현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의 숙원 사업이었다. 현 집행부를 대표하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1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지회장을 지냈다.
그동안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가입 조합원을 늘려 교섭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다 무산되자 박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기업노조인 르노삼성 노조에 가입해 결국 지도부를 장악했다.
박 위원장은 2년 전 선거 당시 기업노조의 산별노조 체제 전환, 즉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공약 이행에 나섰다.
이번 투표는 박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의 재신임을 확인하는 의미도 가졌다. 투표 참여 조합원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통과되는 안건인만큼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조합원 수를 가늠할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안건은 부결됐지만 3분의 2에 가까운 인원이 동의한다는 의사를 보였던 만큼, 11월 예정된 조합원 선거에서 박 위원장이 또 다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신임을 얻을 경우, 그는 계속해서 조합원들을 설득해가며 금속노조 가입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노조간 '노노갈등' 역시 심화될 것으로도 보인다. 3분의 2 동의가 무산됐다는 것은 민주노총 가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금속노조 가입은 무산됐지만 리스크 요인은 상존한다"면서 "노-노 의견이 엇갈리면서 현장 내 혼란이 지속돼 생산 차질 우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르노삼성은 노조 리스크로 수출물량 배정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로 구성된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전세계 여러 공장들 중 하나로, 얼라이언스 수뇌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생산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이 고임금으로 생산비용이 높고, 툭하면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는 공장으로 지속 낙인찍힌다면 르노 얼라이언스가 다른 공장을 제쳐두고 르노삼성에 물량을 배정할 이유가 없다.
이미 르노삼성은 지난해 2월 XM3유럽 수출 물량 확정을 코 앞에 두고도 노조의 게릴라성 파업 여파로 좌절한 전례가 있다.
르노삼성이 수출용 일감을 따내지 못하고 소규모 내수시장만 타깃으로 한 기업으로 전락한다면 4000여명의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감축이 불가피하다.
일감이 없어 인력을 구조조정하거나 공장을 폐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방패막이가 돼줄 것이라는 기대를 지속적으로 갖는 것은 다소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본사에서 수출 물량 배정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에서 지속되는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향후 일감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갈수록 고조되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는 노사 모두 상생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