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지난해 두 번 국제상선통신망 구조요청
하태경 "우리는 왜 연락 안했냐" 묻는 과정서
"첫날은 '월북 가능성 없다'는 보고 받았다" 답
이튿날도 북한이 어련히 구조할 것으로 판단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해수부 공무원 총살 만행과 관련, 우리 당국이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북측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또, 이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공무원의 실종 당일에는 '월북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흘만에 '단순 실종'이 '월북 시도'로 바뀐 셈이라, 정보가 가공되는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국제상선통신망은 북한 배에도 들리지 않느냐"라며 "월요일(지난달 21일) 점심 때쯤 (해수부 공무원의) 실종 신고가 났으니까, 북한에 (국제상선통신망으로) '실종자가 있으니 발견되면 (구조에) 협조해달라'고 연락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서욱 장관은 "월요일에는 (실무진으로부터)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받아 (북한과의) 통신은 (사용한다는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하 의원은 "처음부터 월북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느냐"라며 "첫날에는 월북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서 장관은 "첫날은 (월북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확인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해상에서 총격을 가해 사살한 뒤, 시신을 소훼했다고 발표하면서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단정했다.
실종 당일인 지난달 21일에는 실무자도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보고를 했고 장관도 그렇게 판단했는데, 청와대에 여러 차례의 보고가 올라가고 청와대로부터도 재차 확인 지시가 떨어지는 등의 절차를 거쳐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에 발표할 때는 '월북 시도'로 판단이 바뀐 셈이다.
이와 관련, 서욱 장관은 실종 이튿날인 지난달 22일에는 우리 공무원이 북측 해역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도, 북한이 어련히 알아서 구조할 것으로 생각하고 역시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구조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 장관은 "화요일은 첩보를 통해서 그쪽(북측 수역)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면서도 "평상시 북한 선박이 떠내려오거나 표류자가 있으면 우리가 구조하듯이, 그런 모습으로 구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도 자신들의 선박이 표류했을 때는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우리 측에 구조 요청을 해서 구조가 됐다는 점에서 서 장관의 답변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6월 11일 북한 선박이 우리 측 수역으로 표류했을 때, 북측은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우리 측을 향해 '인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또, 같은달 22일 또다른 어선이 울릉도 해역으로 표류하자, 북측은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우리 측의 구조를 요청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국제상선통신망은 해경도 국방부의 동의 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국방부나 군이 아니라 수색 작업 중이었던 해경이 북측에 구조 요청을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서 장관은 "국제상선통신망은 해경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라며 "(국방부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그렇지 않고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것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직무유기"라며 "국방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고, 국회는 그 책임을 반드시 지우겠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