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대주주 요건 완화로 5000주 이상 보유시 양도과세 대상
5000주 이상 1만 1400명 연말 매도 잠재물량… 수급 악재 가능성
내년부터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면서 1만1400여명의 삼성전자 주주들이 비상모드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일 경우를 가정하면 바뀌는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주식보유액 3억원 이상 보유자는 최대 33%%의 세금폭탄을 맞는다. 올해 연말 기한내에 3억원 이상의 물량에 대해서는 매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의 하방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장대비 0.33% 하락한 5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급상으로 보면 개인의 매도물량이 거셌다. 개인은 지난 5일부터 4거래일 연속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가 작년말 기준으로 집계한 소유주식수별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 5000주 이상의 주주수는 총 1만1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000주에서 1만주에 이르는 주주수는 3980명, 1만주 이상이 742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동학개미들의 주식투자 열풍으로 삼성전자를 3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 수는 이 시점보다 훨씬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만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의 주식수는 58억1176만주에 달한다. 1만주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록돼있는 주주는 삼성생명보험, 삼성물산 등 법인들과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 국민연금, 경영진 등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총수 일가와 법인들의 주식보유를 제외한 나머지 경영진들 가운데 10억 미만의 보유 주주들의 지분 매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기준으로는 10억 미만은 양도소득세 부과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으려면 5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들은 일부 매도에 나서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0억원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의 매각 물량이 올 연말까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기준으로 삼성 경영진들 가운데 10억원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김현석(9만9750주), 고동진(7만5000주), 한종희 사장(5000주)과 임정규(1만6250주), 이상훈(1만6130주), 신왕철(1만6000주) 등 70여명에 육박한다. 특히 7명의 주주가 새로 바뀌는 대주주 요건의 3억원을 넘는 대주주로 인식해 이번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된다.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를 위한 대주주 해당 여부는 직전 사업연도 말 본인 지분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판단하게 되는데 이는 올해 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순매도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억~10억원대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 가운데 주식 매도 물량이 나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매도 물량이 나와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 오히려 반대로 주가 추가 매수에 나서려는 주주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실적도 기대가 높은 만큼 주가 우상향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대주주 요건 완화에 따른 매도 물량이 출회될 경우에는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이 올해 4분기에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도물량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유념해야할 사실은 삼성전자의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이 4분기에 마무리되며 투자재원을 주주들에게 재분배하는 시점이 다가왔다"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실적 개선은 투자재원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하며 4분기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