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대치로 주주, 직원 등도 출입 불편 겪어
보안직원과 노조 간의 격한 몸싸움까지 발생
주총은 순조롭게 진행돼 1시간 만에 폐회
“아침 7시30분에 도착했는데 시위가 있어서 모든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주민등록증도 보여주고 일반 주주라고 밝혔지만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공지를 해줬다면 이렇게 기다릴 일은 없었을 텐데요.”
“현재 주가가 너무 내려간 상태입니다. 대부분 60만원대에서 주식을 샀는데 지금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팔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왔는데, 일단 주총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합니다. 만약 입장이 어렵다면 주주들에게 언제 다시 오라고 안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영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도 듣고 의견도 개진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게 무슨 주식회사입니까?”
20일 포스코홀딩스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현장 곳곳에서 입장하지 못한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40년 넘게 보유해왔다는 80세가 넘었다는 한 주주는 “(들어가지 못한 주주에 대한 회사의)대안도 없다”고 불만을 전했다.
건물 출입구는 모두 봉쇄됐으며, 보안직원들이 신분 확인을 위해 배치됐다. 주총 취재를 위해 한 시간 전부터 대기하던 기자들도 폐회 직전까지 진입이 어려웠다. 심지어 포스코 직원들조차 출근하지 못하고 근처 카페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근무가 막 시작되는 오전 9시가 넘은 시간에도 회사 근처 카페에는 포스코 직원들로 붐볐다.
이는 포스코 측이 노동조합의 건물 출입을 두고 대치하면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포스코그룹은 노조의 단체행동으로 주주들이 불편을 겪거나 안전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노조의 주총장 출입을 막고 있다.
기자들과 직원들은 건물 지하주차장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지만, 그곳에서도 보안직원과 노조원들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긴 대기 끝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날 회사 내부로 진입하려는 노조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보안직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대치 상황은 폐회 직전까지 약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어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철제 바리케이드가 넘어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일반 주주들은 안전을 위해 출입구에서 더 멀리 떨어져 대기해야 했다. 결국, 양측의 충돌이 격화되는 사이 일부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소강상태였던 다른 출입구로 서둘러 입장했다.
포스코 측이 노조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그 대립이 더욱 격화되면서 일반 주주들의 불편도 커진 셈이다. 한 포스코 직원은 매년 정기 주총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번만큼 심한 대치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 측은 건물 주변에 ‘노사합의 무시하고 직원 간 임금차별, 포스코를 규탄한다’, ‘포스코는 불법파견 은폐행위를 중단하고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등의 문구를 새긴 현수막들을 걸어뒀다.
건물 외부의 혼란과 달리 이날 주총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회장의 재선임 조건 강화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 등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후 별다른 주주들의 이의제기나 질의 없이 개회한 지 약 1시간 만인 오전 10시경 폐회가 선언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스코그룹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를 위해 고유의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조업 현장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