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친환경 신에너지’ 띄우더니…뒤로는 원전·석탄 세일즈
탈석탄·탈원전 정책에 반토막난 두산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겉으로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이면에서는 반대되는 일들을 벌인 게 들통나 야권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한국전력은 올해 65.5%인 석탄·원자력 의존도를 2024년 77.5%까지 늘릴 전망이다. ‘탈원전’으로 인한 적자 누적과 전기료 인상 부담을 모순되게도 ‘원전’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국책은행들은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직간접적으로 4000억원 넘게 쏟아 부었다. 특히 베트남에 붕앙2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체코에선 두코바니 신규원전을 수주하려는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여당 일각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집중포화를 받던 날, 공교롭게도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 첫 대상이 ‘두산타워’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 결과로 자사의 상징과도 같은 사옥을 매각하게 된 것이다.
2016년 9조534억원에 달하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문재인 정권 출범 4년 만에 4조188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2016년 2035억원에서 2019년 629억원으로 61%나 곤두박질쳤다. 각계는 성급한 에너지 정책에 뒤따를 폐해를 수차례 경고했지만 정부가 불통으로 일관한 결과다.
정부의 졸속 정책은 단순히 두산그룹의 재정적 손해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임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현장 근로자들은 강제 휴업과 해고에 내몰려 생활고를 겪고 있다. 원전사업에 연관된 중소기업들은 재기불능의 피해를 입었고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두산그룹의 ‘분골쇄신’ 자구안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그 대가로 알짜 계열사이자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인프라코어를 내놓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되면 3조원 규모의 구조조정도 마무리되고,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그룹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이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친환경 에너지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지만 그걸 유도한 장본인은 석탄·원전 세일즈를 계속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정든 두산타워 사무실에서 짐을 싸게 된 두산 계열사 임직원들과 현장 노동자들이 정부의 행태를 바라보는 심정이 어떤지 어렵잖게 짐작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