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타이틀 획득 가능한 박석민이 최고 활약
LG 오지환과 롯데 전준우도 합격점, 안치홍은 '글쎄'
지난 시즌 KBO리그 FA 시장은 대어급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치솟던 몸값을 붙잡는데 성공했던 시기다.
실제로 2017년 KIA로 이적한 최형우가 사상 첫 100억 원의 계약을 따내더니 그해 국내 복귀를 결심한 롯데 이대호가 역대 최고액인 4년 150억 원으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18년에는 메이저리그서 LG로 유턴한 김현수가 4년 115억 원의 계약을 따냈고, 2019년에는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양의지가 두 번째로 높은 4년 125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팀 전력을 크게 상승시켜줄 ‘특급 FA’가 등장하지 않았다. 따라서 몸값 거품 현상을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예상대로 6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팀을 가더라도 주전 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찰 준척급 선수들은 즐비했다. 그리고 이들은 약속이라도 하듯 30~50억 원대에 계약을 맺으며 자신의 자유계약 권리를 행사했다.
최고액 계약을 맺은 선수는 롯데로 이적한 2루수 안치홍이다. 계약 방식이 매우 독특한데 롯데 성민규 단장은 계약 기간 4년을 보장해 주는 대신 옵션을 부과해 56억 원의 제법 큰 액수를 안겼다. 혹시 모를 부진에 대한 보험용 계약이었다.
아쉽게도 안치홍은 당초 기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112경기에 출장 중인 안치홍은 타율 0.285 6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장타력이 실종된 모습이라 팬들의 속은 더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총액 2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맺은 타자들 중 안치홍을 제외하면 모두 제 몫을 해낸다는 평가다.
특히 가장 성공적인 계약으로 도달 중인 선수는 NC 박석민이다. 1차 FA 당시 4년 96억원의 초대박을 터뜨렸던 박석민은 아쉬웠던 활약으로 인해 옵션 비중이 절반이 넘는 2+1년 34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율 0.306 14홈런 63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무엇보다 출루율 1위를 달리면서 의미 있는 타이틀 하나를 손에 넣을 전망이다. 절치부심한 박석민은 옵션의 상당수를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LG 오지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아시안게임 이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오지환은 FA 계약 당시에도 액수 규모를 놓고 팬들의 불꽃 튀는 설전이 이어질 정도로 지난 FA 시장의 주인공과 다름없었다.
다만 4년 40억 원의 계약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평가다. 오지환은 올 시즌 133경기에 출장하며 금강불괴의 모습을 이어갔으며 타율 0.296 10홈런 67타점 19홈런으로 공격에서도 합격점이었다. 특히 수비에서의 한 단계 도약은 오지환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 전준우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타율 0.281 21홈런 88타점으로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 중이다. KT 유한준의 경우 불혹에 이른 나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나 주장으로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공로가 상당하기에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투수 최고액을 기록했던 한화 정우람(4년 39억 원)은 노쇠화 현상이 뚜렷하다. 팀이 최하위로 처지며 세이브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3승 5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5.33은 ‘꾸준함의 대명사’인 정우람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