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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시 중소·영세기업 파산 우려"


입력 2020.11.08 12:00 수정 2020.11.06 17:5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관련 법률에 대한 경영계 의견 법무부 제출

기업 혁신 활동 저해, 국내 투자환경 악화 요인 작용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경.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정부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경총은 지난 9월 28일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에 대한 의견을 6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집단소송법안은 피해자 50인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집단소송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상법 개정안은 모든 상거래에서 상인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5배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은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인 구제 도모’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제정안과 함께 입법예고된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의 소(訴)가 집단소송으로 제기될 경우, 해당 기업은 소 제기가 알려지는 것만으로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주가폭락, 신용경색, 매출저하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로 경영상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송대응력이 취약한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비용 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생존 위협을 더 크게 받고,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 브로커나 직업적인 소송원고 등장, 변호사업계의 과당경쟁적 소송,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는 외국의 집단소송 전문로펌까지 가세해 무리한 기획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소송 전 증거조사, 자료 등 제출명령, 주장 및 입증책임 완화, 국민참여 재판(배심원) 등으로 인해 기업의 영업비밀 등 핵심 정보의 유출 가능성도 크며,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은 물론 국가 차원의 신산업 촉진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언급했다.


경총은 미국도 집단소송 남소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들을 보완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 제정안은 소송허가에 대한 불복 제한과 함께 남소를 유인하는 원고의 주장·입증책임 대폭 완화 등을 규정함으로써 미국보다 기업의 법적 리스크가 훨씬 더 증가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미국에서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제기된 집단소송은 4226건으로 40% 이상의 상장기업이 집단소송을 경험했고, 이 중 합의된 소송 건수는 1456건, 총 합의금 규모는 680억달러였지만, 집단소송 소식이 알려진 후 주가가 누적 기준 4.4%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총 2620억 달러의 주주 가치가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총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위법행위를 통한 수익추구 유인 억제’ 등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블랙 컨슈머(악의적 소비자)의 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 피해만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기업정서가 강한 국내 분위기상 소송 남발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국내 기업 이미지 추락과 글로벌 경쟁력 훼손 우려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방어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경총은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 일수록 소송리스크가 훨씬 더 크고, 전국 사업체 99.5%에 해당하는 중소·영세 사업체일수록 법률리스크 대처에 취약해 소송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폐업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어느 때보다 저성장·디지털 기술 진전에 맞춰 기업들이 전략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정부의 2개 법안 동시 입법 추진은 도전적인 혁신기술과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개 법안의 동시 입법 추진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집단적인 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입법례를 심도 있게 검증·연구하고 변화 추세를 보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확대 도입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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