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 123억 종소세 세금소송 패소 후 항소
윤관 측 "외국인 과세대상 아냐" 주장에 美 시민권 취득 불법이면 세금폭탄?
재판과정서 과테말라 '위조 국적'→ 미국 시민권 취득 의혹
"2년 연속 세수펑크인데" …향후 다른 소득의 세금 문제 불거질 수도
"지금의 너를 내가 만들었고, 지금의 나를 네가 만들었지."(영화 타임 패러독스 중)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타임 패러독스에 있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달라지고, 미래를 알면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시간여행으로 모든 미래는 꼬인다. 그런데도 과거를 바꾸고 미래를 미리 알고자 하는 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최근 놀랍게도 과거가 미래를 바꾼 이런 이야기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LG그룹 오너가(家)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 얘기다. 윤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다.
시작은 국세청의 123억원 세금 부과 통보였다. 강남세무서가 2021년 12월 윤 대표가 국내 거주자인데도 2016~2020년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면서 123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윤 대표는 2004년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후 미국 시민권을 받았고 한국에 머문 기간이 1년에 183일이 안 돼 비거주자로 간주돼야 한다며 2023년 불복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세 의무가 없다는 윤 대표의 주장을 물리쳤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윤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윤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다른 소득에 대해서도 거액의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표가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제출한 이유다.
윤관, 세금 불복 소송 중 과테말라 '위조 국적'→ 미국 시민권 취득 의혹 드러나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윤 대표의 과테말라 국적 취득의 적법성과 단기거주자성 여부에 대한 쟁점이 다뤄졌다. 윤 대표가 미국 국적을 취득할 당시 과테말라인이라고 했는데 그 여권이 위조면 미국 국적도 문제가 있으니 지적이었다.
윤 대표의 과테말라 영주권 취득이 불법이라면? 그래서 미국 시민권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면?
실제 1993년 윤 대표는 위조된 서류로 과테말라 국적을 허위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과테말라 국적인 상태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결혼했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현재에서는 미국 시민권자로 세금 불복 소송을 벌이고 있다.
영화적 상상력을 보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윤 대표는 1993년 과테말라 영주권을 취득해야만 한다. 위조든 아니든 그 '사실'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테말라 시민권뿐 아니라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 자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검은 머리 외국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이 사실상 필요 없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서류 위조가 그 당시 들통났다면 윤 대표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없어질 수도 있다. LG가 맏사위라는 타이틀도 그중 하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도를 추구하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성정상 딸과의 결혼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美 시민권 취득 불법이면 세금폭탄 맞을까
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한다. 조세 정의는 그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매년 세수 부족분은 커지고 있다. 앞서 2023년(56조4000억원)과 2024년(30조8000억원) 대규모 세수 부족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역외 탈세는 국내에서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다. 단순한 세금 탈루나 재산 해외은닉이란 차원을 넘어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란 점에서 악질적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미국 과세당국에 정보공개 혹은 조사 공조를 통해 윤 대표가 현지에 세금을 납부한 내역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위조된 과테말라 시민권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윤 대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국내 주식 투자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린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향후 윤 대표가 국내에서 얻은 다른 소득에 대해서도 거액의 세금이 매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관계기관이 윤 대표의 시민권 유효 여부를 파악하고, 납세 내역을 점검해 보면 행정소송 항소심은 예상보다 쉽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만일 과거를 고쳐서 미래를 바꾸겠다는 욕망을 맘껏 펼칠 수 있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현재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너도 나도 일확천금의 유혹에 빠지진 않을까. 마침 윤 대표는 아내에게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업체 메지온의 유상증자와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알려줘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과거에 못했으면 현실에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